“대규모 손실 인식...증권사 실적 타격 주요 요인”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와 관련 3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손실을 향후 인식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5일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 보고서를 발간해 이같이 밝혔다. 나신평은 현재 25개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총액은 총 14조4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부동산 펀드 및 리츠·지분투자 형태가 8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 완공된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수익으로 인식하는 구조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펀드 8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6000억원 규모에 대해서는 손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 중 40%가량인 1조8000억원을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가손실로 인식했다. 하지만 나머지 약 3조6000억원의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는 아직 손실을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다고 나신평은 지적한다.
만기별로 보면 2023∼26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할 펀드들에 대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26% 평가손실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을 추가 인식한 상황이다.
나신평은 “임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의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별로 들여다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을 넘는 곳은 미래에셋, NH투자,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대신증권 등 6개사다. 나신평은 “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약 31% 수준으로 관련한 양적 부담이 존재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이들 증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신평은 “미래에셋,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4개사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지난해 실적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며 “이들 증권사가 지난해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규모가 상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해 대규모 손실 인식을 단행한 것이 실적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나신평은 “금융지주회사 계열의 증권사라면 모기업으로부터 유상증자, 후순위성 채권 인수 등 지원 여력과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실제로 올해 연초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활발한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