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속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온·오프라인 모두 오름세로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18일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해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불변지수)는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2003년 3.2% 떨어진 이후 20년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소매판매는 2021년 5.8% 올랐다가 2022년 0.3% 줄어들며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03년 3.2% 감소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유통업계도 올 1분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올 1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RBSI)를 파악한 결과, 전망치는 전분기(83)보다 낮은 79로 집계됐다. 해당 지수는 유통기업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긍정적 전망이 많고, 그 미만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포한다. 전 업태가 기준치를 하회한 가운데, 백화점(88→99)와 슈퍼마켓(67→77)의 전망치는 상승한 반면, 편의점(80→65), 대형마트(88→85), 온라인쇼핑(86→78)은 내려갔다.
내수 경제에 먹구름이 끼지만, 유통업체 매출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6.3% 성장한 177조4000억원을 드러냈다.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매출 증가폭이 더 컸다.
엔데믹 전환 이후 온라인 거래가 축소될 거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실상은 이처럼 해당 규모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8.3% 성장한 227조3470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증가폭은 2020년(18.4%) 정점을 찍은 뒤 2021년(15.7%), 2022년(9.5%) 등 연속 하강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주로 이뤄지던 식품 거래가 온라인에도 활발해진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품 거래액은 40조6812억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40조원을 뛰어넘었다. 전체 온라인 식품 구매액 가운데 75%가 모바일에서 발생했다.
고물가로 인한 불황형 소비 확산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채널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8조1948억원, 253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6%, 0.3% 성장했다. GS25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 오른 8조2457억원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0.2% 신장한 2188억원이다.
초저가·가성비를 무기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도 지출 여력이 떨어진 소비자 현실을 파고들어 한국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각각 560만9405명, 459만1049명으로 드러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도 초저가 전문관을 마련하거나 고할인을 적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이같은 트렌드에 대처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 2년째를 맞아 해외여행 보복 소비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GS샵이 지난달 15~17일 사흘간 ‘홈쇼핑 여행상품’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199명 중 96.5%(192명)가 ‘올해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고 밝힌 비율 77.9%(155명)과 비교해도 18.6%p 상승했다.
위메프가 연휴기간 고객 쇼핑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명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보복여행 현상이 뚜렷했다. 이달 13~26일 사이 해외로 출발하는 패키지 여행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11배 불어났다. 여전히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이들도 있는 만큼, 여행 소비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된 만큼, 더욱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업계에서도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