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주주환원 압박’ 눈치보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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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發 ‘주주환원 압박’ 눈치보는 증권사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4.02.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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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메리츠 등 선제적 주주환원 확대 나서
1달 새 KRX 증권지수 14.94%↑...긍정 영향도
여의도 증권가 모습. 최근 지주사 종목들이 올해 각종 이슈 속에 요란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증권가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환원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전면에 내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증권가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환원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다만 총선을 앞 둔 정부가 민심을 얻기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업계도 서로 눈치를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정부 시책에 맞춰 경쟁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정책인 만큼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인다”며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주주정책을 실시하는지 모니터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026년까지 적용될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2021년 30% 이상의 배당 성향을 약속했는데 올해부터는 최소 조정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을 주주환원책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특히 자사주 소각 물량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매해 이익이 변동할 수 있지만 이익 소각 물량을 고정해 배당 예측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000만주(약 822억원 규모) 소각과 약 898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 대비 약 52.6%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2026년에 주주환원율을 최소 3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주주 환원율이 51%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4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했고, 배당으로 4483억원(주당 2360원)을 집행하기로 해 주주 환원액은 1조883억원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올해 배당 성향을 35.8%로 제시했다. 전년보다 배당금을 늘려 1주당 2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키움증권은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사업연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주당 1200원 이상 또는 배당 성향 30~40%를 유지한다는 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같은 증권사의 주주 환원정책이 증권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관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지난 23일 기준 757.00으로 지난달 2일(658.62) 대비 98.38포인트(14.94%) 올랐다. 23일 기준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이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상장기업 스스로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해 회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기업의 자율성에 많은 부분 의존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지적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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