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곡물값 하락에도…인건비‧물류비 등 생산원가 부담 여전
매출원가율 80% 달해…고물가 주범 낙인 우려에 인상안 보류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 제품 가격 인상을 둔 물밑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국내 식품기업은 생산원가가 치솟는 상황 속, 가격 인상을 보류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 여론, 총선을 앞두고 민감해진 정부의 감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단 우려에서다.
원재료값과 인건비, 물류비 등 전반 생산원가 부담을 날로 커지고 있어, 식품사의 고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의 지난해 실적 파티 이면엔 높은 ‘매출원가율’이 자리한다. 국내 주요 식품사들의 매출원가율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 수익성이 하향된다.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오뚜기,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롯데웰푸드의 매출원가율은 각각 82.41%, 79.04%, 75.53%, 7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오리온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도 각각 62.1%, 65.6%, 66.6%로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생산비 부담에도 불구, 지난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고, 국제곡물가격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대외적 인상 명분도 불분명해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19.1에서 지난 1월 118.0으로 1.0% 하락했다. 특히 세계식량가격지수를 구성하는 5개 품목(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가운데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국제 곡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국내 식료품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자, 식품업계는 고물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수익을 개선했다는 비판이다.
곡물 외 설탕 등 원부자재 국제 가격 불안정성과 각종 경영 제반 비용은 상승세란 게 업계 전언이다. 수출실적 등 다른 요인도 변수로 작용하는 데다 국제 곡물 가격만으로 원가를 평가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실제로 엘니뇨, 가뭄 등 이상기후로, 주요 설탕 생산국인 인도와 태국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 1월부터 설탕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FAO 세계식량가격지수에서도 설탕은 134.2포인트로 전월보다 0.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단 가공식품의 가격도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가공식품 전년 동월대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월 9.9% 상승하며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 4.2%, 지난 1월 3.2%로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7%, 3.2%, 2.8%를 기록했다.
지난해 식품업계가 정부압박 표적이 돼 제품가격 인하를 반강제로 단행한 효과로 해석된다. 농식품부는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식품·유통업체 현장을 20회 방문하고, 장·차관 주재 식품업계 물가안정 간담회를 3차례 진행하는 등 식품업계 원가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가격 인상 요인은 여전하기에,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소비자에게 더 큰 가격 부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이 닫히자,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식품산업계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 등 원가변동요인은 전체 수익성에 민감하게 반영되는데, 단순히 국제 곡물 가격 일부가 내렸다고 원가부담이 완화됐다 보긴 어렵다”며 “최종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 까진 다양한 이해관계 및 유통절차 등이 반영된단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