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기 전 3% 중반 대 상품 올라탄 수요 밀려 들어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전달 대비 증가액이 2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금리가 향후 더 내릴 가능성이 높게 점처지면서 현재 연 3% 중반 대 정기예금으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연말·초 적금 등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도 다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2월 정기예금 잔액은 886조2501억원으로 전월 대비 23조6316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은 예금주가 일정기간 동안 예치할 것을 약정한 예금이다. 정기예금이 20조원 넘게 불어난 것은 근 1년 4개월여만이다.
향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가 더 내리기 전에 정기예금에 돈을 예치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6일(현지시간)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55% 수준이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연 3.5%)와 케이뱅크(연 3.6%)를 포함해 3%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경우 연 3% 초반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2년 만기가 돌아온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의 정기예금 유입도 관측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자금 중 대략 6조원 가량이 거치식 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월 70만원 납입에 5년이라는 긴 기간이 청년층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희망적금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또 최근 불거진 위험자산 대규모 손실 이슈 등도 정기예금으로 돈을 묶어 두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홍콩H 지수(항셍 중국 기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계·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의 6일 기준 손실액은 1조649억원으로 평균 손실율이 52.98%에 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 ELS 등 위험 자산 이슈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말·초, 저축 의지는 있지만 아직 투자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자금도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연말·초 많은 정기 예·적금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년희망적금 만기와 때를 같이 해 은행업권도 고객 모시기 경쟁을 펼쳤다. KB국민은행은 조건이 충족되면 연 최대 4%를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동구매정기예금을 진행해 판매금액이 100억원을 넘으면 연 3.50% 금리를 제공하고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에게는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7월31일까지 '신한 청년희망적금 만기달성 축하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가입일 기준 만 18~39세를 대상으로 기본이율 3.5%의 '청년 처음적금(월 납입 최대 30만원, 12개월 만기)'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