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대 증원안 재논의, 강력 건의"
함운경 "당원직 이탈 요청"···탈당 요구
尹 "의대 증원, 중단하거나 멈출 수 없다"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불과 9일 남겨 놓고 거센 '정권 심판론'으로 주요 격전지 판세가 불리하게 흐르자,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의료계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에 양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사실상 여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과 경남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윤 대통령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비롯해 고물가 문제 등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자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해 "의료 파탄으로 국민 피해가 커갈수록 국민들은 결국 정부·여당을 원망하게 될 것"이라며 "범사회적 의료 개혁 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안을 재논의할 것을 다시 한번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더 이상 강 대 강 대치로 국민만 희생자가 되는 파국 만은 막아야 한다"며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국민 눈높이에서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은 절대 양보 못 하는데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며 "이 문제도 결국 풀어놓고 이야기해야 된다"고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강조했다.
'낙동강 벨트'인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3선의 조해진 후보는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내각 총사퇴로 그동안 국정 운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전날 시국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 참패이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그러나 아직 살 길이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 중에 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은 조 후보가 처음이다. 그는 이어 "오만과 독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 정치를 파당적으로 한 것, 인사를 배타적으로 한 것, 국정 과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후보 역시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진솔한 사과와 국민께 반성의 말씀을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부터, 우리 당 지도부부터 겸손하게 겸허하게 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과뿐만 아니라 탈당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는 전날 언론에 "권력은 겸손해야 하는데, 너무 오만한 모습을 보여준 게 누적됐다"며 "결국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집을 꺾어야 한다. 그게 총선 승리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날 윤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직후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함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해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국민의힘에서 이제 윤 대통령을 무참하게 쫓아내려는 기운이 일고 있다"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심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파국'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무리 이리 저리 해석해도 하나의 뜻으로 귀일하는 것 같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며 여당 후보들의 대통령 국정 쇄신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집단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오히려 의료계를 압박했다.
또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여권이 주문한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