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현장] '잠룡'들의 대결 분당갑···안철수 vs 이광재, 시민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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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현장] '잠룡'들의 대결 분당갑···안철수 vs 이광재, 시민의 선택은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4.04.0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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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민들, '대권 주자' 선출한다는 의식 강해
"의원 하나 뽑는다고 안 달라져" 회의감도 높아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경기 성남시 분당갑 지역구는 오는 4·10 총선에서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해당 지역에는 강원도지사를 역임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과 대선 후보로 2차례 도전한 바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는다. 이 지역은 두 후보 모두 '대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4일 <매일일보>가 이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당보다는 후보들의 인물을 두고 평가하는 경향이 컸다. 다만 이광재 후보의 '정치 경험'을 높게 사는 부류와 안철수 후보의 '청렴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류로 크게 엇갈렸다. 또 두 후보 모두 지역에 기여한 것이 없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성남 야탑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한 60대 여성은 이번 선거에서 이광재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광재 후보가 청와대에 근무했고, 도지사 경력도 있는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부터 시작해 국민의당 창당, 그리고 현재 국민의힘 입당까지 "철새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며 "정치를 한 시간은 길어도 정치 초보이기 때문에 대선도 2번 떨어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 20대 남성도 마찬가지로 이광재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생각나는 정책이 마땅히 없다"며 "한번 더 국회의원을 한다고 해서 무언가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후보 자체는 잘 모르지만,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가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 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3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가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 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1965년생의 이광재 후보가 1963년생의 안철수 후보보다 "더 젊어서 좋다"고 평가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두 후보의 실제 나이 차이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광재 후보가 요즘 지역 유세를 하는 것을 보면 아카펠라 공연을 한다던지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들만 이끌고 다니면서 너무 올드하다. 젊은 사람들 감성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광재 후보 측은 공식선거 시작일인 지난달 28일부터 아마추어 공연자들을 섭외해 유세차에서 팝페라를 부르고, 청년 유세단을 꾸려 거리를 누비는 등 공격적인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기존의 시끄러운 유세와는 다른 것 같다"며 시민들의 호평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광재 후보가 '참신한 이미지'로 지지세를 모으는 동안 안철수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야탑역 인근 상가를 방문한 한 20대 여성은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 선거도 몇 번 나오면서 검증된 사람임을 증명하지 않았냐"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안철수 후보가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선거에서는 2번을 찍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한 70대 여성도 "이광재 후보는 감옥을 갔다 왔으면서 국회의원을 하려는 건 욕심 아니냐"며 "이재명 대표가 있는 정당에서 출마했는데 본인도 전과자다. 뽑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이번 투표에서 선거권이 없다고 말한 10대 남성 고등학생도 "주변에서는 전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드물다"면서도 "안철수 후보가 의사고, 백신을 개발하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런 것들은 모두가 안다. 유명하기도 하고 사람 자체도 웃기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3일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후보가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3일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후보가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설아 기자
한편 양 정당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야탑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30대 남성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이번 선거에는 투표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기만 해서 그 놈이 다 그 놈 같다.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정치인들이 일상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분당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광재 후보도 갑자기 강원도에 있던 사람이 날아와서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두 후보 모두 이 지역을 대표할 인물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울러 "이 주변 상인들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다 분분하지만 젊은 상인들은 이권이 얽힌 것이 상대적으로 별로 없어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며 상당수가 '중앙 정치'에만 관심을 둔 후보들을 공천한 양당에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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