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관위 장석환…길 없는 곳에서 길 찾기
상태바
[기고]선관위 장석환…길 없는 곳에서 길 찾기
  • 기고
  • 승인 2024.04.04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선관위 장석환 공보계장
서울시선관위 장석환 공보계장

매일일보 = 기고  |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La Strada)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삼륜차를 몰고 마을을 떠돌며 쇠사슬을 끊는 재주를 선보이는 광대 잠파노(안소니 퀸 역)와 북을 치고 트럼펫을 불며 조수 역할을 하는 백치 소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역)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낸다. 길이라는 제목은 정처없이 유랑하는 삶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길의 상징적인 의미는 젤소미나가 죽은 후에야 그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잠파노의 마지막 표정이 아닐까. 삶과 죽음의 길이 엇갈려 생전에 만나지 못한 것도 비극이겠지만 자신의 존재를 열어 젤소미나를 향한 소통의 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더 큰 비극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자각할 수 없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폐쇄적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소설가 공지영의 단편소설 ‘길’에서도 아내와 남편이 벽을 쌓아오다가 여행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소가 무척 상징적인데 그곳은 절벽을 끼고 있는 완도의 어떤 언덕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들은 서로에게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온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를 둘러싼 후보자나 정당이 달려온 그 여정도 머지않아 멈추게 될 것이다. 장구한 여정의 길이 끝나는 그곳에서 서로에게 준 상처와 퇴로없이 차단된 소통의 길을 서서히 열고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민주주의의 축제로서 선거의 진정한 의미는 선거 이후의 화합과 소통에 있을 것이다. 길 없는 곳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