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 본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범야권 200석'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당의 200석 석권이 이뤄지면 탄핵과 개헌은 물론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도 가능하다. 이는 사실상 국회의 '절대권력'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여당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50여 곳이 넘는 경합지역 승부에 이번 총선 성패(成敗)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 지역구 254곳 중 90여 곳에서 우세하다고 판단하면서 비례대표 선거를 포함해 '110석+α'를 예상 중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110곳 우세와 비례 10석 안팎을 바라보며 '120~150석+α' 획득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권 심판론'이 이번 총선판을 휩쓸고 있는 만큼 정가에선 "범야권 200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계속된다. 이는 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의석수 합이 200석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조할 집권당의 의석이 100석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이래 전례가 없다. 

'범야권 200석'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가져올 수 있다. 우선 대통령 탄핵소추가 야권 의지로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데, 범야권이 뜻만 모은다면 여당과의 협상 없이 '상시 추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200석은 개헌도 가능하게 한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국민투표(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라는 최종 관문을 거쳐야 하지만, 국회 차원의 개헌선 확보는 시사점이 크다.

21대 하반기 국회에서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 세웠던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2023년 5월), 노란봉투법, 방송3법,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9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들은 재의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채우지 못해 대부분 폐기됐다. 그러나 범야권 200석이 실현된다면 재의결을 통해 '대통령의 지체 없는 법안 공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국회의원 제명도 가능하다. '의원의 제명'은 징계의 일종으로, 윤리특별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다만 여야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경우, 범야권이 여당 의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진보 색채가 뚜렷한 3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만으로 200석을 채울 경우 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국민의힘도 '범야권 200석'에 대한 위기를 감지한 듯, '개헌저지선(101석)'을 지켜달라며 연일 읍소에 나서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경기 광주시 지원유세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두 사람이) 200석 가지고 그냥 대통령 탄핵만 할 것 같나.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며 "200석을 가지면 '여러분이 허락했다'고 둘러대면서 이상행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들의 문제는 우리 상식의 '하방경직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에이 설마' 하던 걸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적인 장면에 서있다. 그 장면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가까스로 지킨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 있다"며 "개헌저지선과 탄핵저지선을 달라. 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태훈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