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예고
'참패 책임' 한동훈 대권가도에 빨간불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의 단독 과반 압승이 예상되면서 임기를 3년 남긴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 수순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추진을 예고한 상태에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데드덕'으로 빠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당의 총선을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미래도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의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범야권이 200석 안팎을 확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당장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로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여소야대' 의회 구도 속에서 예산안과 인사권 행사에 있어 여전히 야당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야당의 입김이 이전보다 더욱 세진 것이어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임 직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관련 입법도 야당의 견제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총선 악재로 작용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한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반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임기 전반기 여소야대와 후반기 여소야대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레임덕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다. 정권 초반에는 여소야대 국면을 윤 대통령이 강력한 당 장악력으로 돌파해 왔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수직적 당정 관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새롭게 뽑힌 여당 의원들의 임기가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보다 더 길어지면서 그간 공천권을 틀어쥐고 장악했던 윤 대통령을 향한 당내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야권이 총선 과정에서 예고했던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처리 여부가 윤 대통령 레임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권 내 권력의 무게추가 용산(대통령실)이 아닌 여의도(국민의힘)로 쏠리면서, 특검법 협상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여당의 태도 변화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에도 끌려다닐 수 있다.
이미 총선 과정에서 터져 나온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다시 분출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3선인 조해진 경남 김해을 국민의힘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전초전이었다.
당시 조 의원은 "오만과 독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 정치를 파당적으로 한 것, 인사를 배타적으로 한 것, 국정 과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여당 내에서 권력 지형 변화도 불가피하다. 국정 동력을 상실한 윤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선주자들로 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평소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왔던 비윤석열계 인사들이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혹은 당 대표로 거론되며 당 수습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총선을 '원톱'으로 이끌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선거 패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에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또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건 '한동훈 특검법'도 한 비대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악재로 남아 있다.
다만 '이종섭‧황상무' 사태와 소위 '대파 875원 발언'과 같은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원인을 윤 대통령이 제공한 만큼, 책임론이 분산될 경우 여권의 미래 권력이라는 지위가 단숨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우세하다면 한 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 도전의 명분도 생긴다. 낮은 당 지지율과 높았던 정권 심판 여론에도 유의미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 당에 남아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당권 도전까지 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