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가계부채 등 리스크 반영...美 ‘신중론’도 영향
“물가 안정 무산 우려...‘미국 6월·한국 하반기 인하’” 전망
“물가 안정 무산 우려...‘미국 6월·한국 하반기 인하’” 전망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통화 완화 축소 기조를 이어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로 유지했다. 3.5%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2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한은이 10회 연속 동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치솟는 물가가 있다. 경제 성장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상충되는 이슈가 있지만 한은은 현재 물가 수준이 더 큰 리스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물가를 밀어 올렸다. 아울러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도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 목표(2%) 수렴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향후 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폭증하는 가계부채도 고려 대상이다. 지난해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빚)의 비율은 100.6%로, 아직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상태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앞서 11일 가계대출 동향 브리핑에서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부동산 상승 기대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고물가 부담에 미국 역시 금리 인하 기조로 쉽게 전환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은 3.5%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미국 6월·한국 하반기 인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한은과 마찬가지로 물가를 계속 우려하는 데다 미국 경제 상황이 좋은 만큼 7월에나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만 낮추고, 한은은 이후 연말까지 한 차례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가까지 문제가 되는 만큼 미국의 상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며 “미국이 하반기 내리면 한은도 내수 등 경기 회복과 대출 부실 등을 고려해 0.25%포인트씩 두 번 정도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