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수요 위축 시기 나프타 원가 부담 우려
산업부 "현재까진 영향 없지만 비상계획 이행할것"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군사 공격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순항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단행했다. 현재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은 약 300기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동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두 나라의 충돌 전개 양상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는 이미 출렁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활용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0.6달러로 올해 초 70달러와 비교해 18.76% 급등했다. 일각에선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단기적인 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호재지만,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기 위축을 초래한다. 수요가 줄어들면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 수요가 많으면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쟁 등 리스크가 커지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마진이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위축 시기에 원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국제유가와 연동되는데, 나프타 톤당 가격은 지난 1월 657달러에서 이달 717달러로 9.1% 올랐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 시기엔 원가 부담을 판가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현재 석화업계는 '3중고'에 시달리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석유화학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해 저가 공세에 나선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업황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업계는 사업 운영 효율화와 구조 재편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중동 사태와 관련해 에너지 수급과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했다. 점검 결과 현재까지는 석유·가스, 수출입,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4월에도 반도체를 포함한 IT품목과 자동차·선박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서 7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의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 차관은 이어 "현재까지 우리 물품의 선적·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우리 기업들의 물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민관합동 '수출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수출 바우처 물류비 추가 확대 △중소기업 전용 선복 추가 지원 △피해 발생 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특별지원 등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