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무기 C커머스와 경쟁 격화 전망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쿠팡이 사실상 국내 유통시장 1강으로 거듭난 가운데 입지를 공고히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전통 유통공룡을 제치며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한 쿠팡과 자본력을 등에 업고 초저가를 앞세운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간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을 달성했다. 동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창사 14년만에 첫 연간 흑자 전환 성과를 거둔 것을 넘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715억원(1억3000만달러·분기평균 환율 1319.24)으로 전년 대비 51% 올랐다. 동기간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6555억원(65억6100만달러)으로 전년 보다 20% 신장했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지난해 와우 회원에게 30억달러(3조9162억원) 상당 혜택과 비용 절감을 제공했다”며 “와우 멤버십에 더 높은 수준의 비용 절감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적 상승세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쿠팡 이용자를 지속 끌어들이고 대만 역직구·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매출을 제고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물가, 출혈 경쟁, 온라인 성장 둔화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딛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어, 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전통 유통강자라는 이름값에 무색하게 신세계(이마트 포함)·현대백화점·롯데쇼핑은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을 거뒀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54조5927억원으로 전년 보다 5.3% 줄었다. 동기간 영업이익 합계도 1조4048억원을 기록했는데,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해 22.6% 감소했다.
쿠팡의 독주 속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의 등장이다. 국내 유통시장에 본격 진출해 사세 확장에 고삐를 당기면서 시장 선점과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국내외 업체간 총성없는 전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C커머스는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직매입해 한국에 쏟아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이들의 가성비 전략은 고물가, 고금리 등 국내 불안정한 경기 상황과 맞물리면서 불황형 소비를 선호하기 시작한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관통했다.
C커머스가 박리다매식 마케팅을 내걸어 효율적인 모객을 하고 있지만, 아직 거래성과가 적어 한계가 존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알리 결제 추정 금액은 81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101억원) 대비 164% 늘었다. 테무는 911억원으로 1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반면,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은 12조703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3·4위인 G마켓·옥션(3조5548억원) 11번가(2조631억원)과 티몬(1조8435억원) 비교해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쿠팡은 업계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물류망 확충, 기업 인수, 역직구 강화, 고객 접점 확대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오는 2027년까지 고령화, 저출산 등 여파로 소멸 위기 지역은 물론 전국을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2022년 하반기부터 대만에서 로켓직구·로켓배송 서비스도 선보이는 가운데, 대만 누적 투자 금액이 3600억원에 육박했다. 올 상반기 대만 현지 3호 풀필먼트센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6500억원에 거머쥐면서 명품 판매사업까지 로켓배송을 이식할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선식품이나 공산품 등에서 강점을 보인 쿠팡이 이번 인수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평가받은 명품 경쟁력까지 개선하게 됐다. 무신사처럼 적극적인 오프라인 진출은 아니지만,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3차례나 진행하는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성비 제품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래 규모로 비교하면 쿠팡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과 비교하면 미진한 상황”이라며 “알리 같은 경우 한국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조단위 투자 계획을 세운 만큼, 쿠팡 또한 헤게모니를 계속 쥐기 위해선 여러 사업을 고민하고 투자를 펼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