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독일 자이스 본사서 칼 람프레히트 CEO 미팅
최태원, 美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회동…협력 강화
정의선, 인도서 현지 사업 점검 및 중장기 전략 논의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룹 총수들이 국내외 현장을 직접 오가며 리더십을 적극 발휘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해외 출장 등 현장 경영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약 열흘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했다. 귀국 당시 취재진들을 향해 "봄이 왔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의미를 함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의 출장에서 눈길을 끄는 건 독일 자이스 본사 방문이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과 만나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TSMC 등을 겨냥한 3㎚ 이하 파운드리 경쟁을 위한 카드다.
자이스는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에 탑재되는 부품 회사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퍼 을'인 ASML의 또다른 '수퍼 을'로 불린다.
이 회장은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연이어 접촉하며 미래 협력을 논의해왔다.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스시 회동'을 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CEO를,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났다.
최태원 회장도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달 24일 미국행을 택했다. 연초부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하는 등 바쁜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인 그가 다시 미국을 찾은 것이다.
최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젠슨 황 CEO를 만나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10여년 전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시작했을 때부터 공고한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정 회장이 지난해 8월에 이어 인도를 다시 찾은 건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현대차·기아 150만대 생산 체제와 전동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