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옥석 가리기 본격화…금융권 신용위기 가능성 촉각
상태바
부동산PF 옥석 가리기 본격화…금융권 신용위기 가능성 촉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5.13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최대 23조원 구조조정 물량 나올듯
2금융권 수조원 추가손실 불보듯..."적기 놓쳤다" 책임론도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13일 발표하면서 전체 230조원 규모인 PF 사업장의 5∼10%가 재구조화와 매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거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과 경·공매가 진행되면서 제2금융권은 수조원대 추가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으로 사업장 등급은 현행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확대된다.
현재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인 75% 수준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90∼95%가 정상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중 약 2∼3%가 경·공매가 필요한 '부실우려'로, 3∼7%가 재구조화·자율매각이 필요한 '유의'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약 230조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7조원 규모가 경·공매로 나오고, 재구조화까지 포함한 구조조정 물량 규모는 23조원에 이를 수 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작년에도 일부 경·공매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경·공매가 이뤄진 곳은 많지 않았다"며 "충당금을 75%까지 쌓아야 하면 경·공매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물량이 훨씬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 금융사가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것을 금감원이 7월에 점검하고, 8월 결과를 조정하면 이후 9월부터는 시장에 구조조정 매물이 순차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공매에서 1차적으로 물량을 소화하고, 팔리지 않는 매물에 대해서는 자체 업권별 펀드,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최대 5조원) 등을 통해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밑단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캠코 펀드(1조1천억원)에서 받치는 구조가 예상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 계획서를 징구·점검하고, 미진 시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해 '유의' 사업장에 대해서도 매각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장 계획서를 받고, 이를 점검하고 사후관리 이행사항까지 보겠다는 것은 강력하게 사후 관리를 통해서 매각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개선방안으로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업권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 발표한 저축은행·캐피탈·증권 등 3개 업종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시나리오별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권별 최대 손실액은 저축은행 4조8000억원, 캐피탈 5조원, 증권사 4조원 등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이들 업종의 충당금은 약 5조원 정도로 최소 3조1000억원에서 최대 8조8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셈이다. 증권과 캐피탈은 작년 이익이 각각 3조원 이상으로, 올해 이익에서 충당금을 일정 부분 충당할 수 있지만, 작년 5천억원의 손실을 낸 저축은행은 증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 감독 기준 이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해 왔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더라도 부실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금융권 충당금 적립 총액이 100조원가량 된다"며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으로 늘어나는 충당금 적립 규모는 이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충당금을 쌓더라도 2금융권 자본비율이 1%포인트(p)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그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리스크가 본격화했음에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을 이연시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부동산 PF 부실과 이에 따른 제2금융권 리스크 확대는 작년과 올해 국내 경제·금융의 최대 '뇌관'으로 꼽혀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본PF·브릿지론) 대출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말(130조3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늘었다. 수익성 및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 사업장이 늘면서 작년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70%로 2022년 말 1.19%에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정부가 틀어막은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4월 위기설', '5월 위기설'이 반복돼 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그때(레고랜드 사태 직후)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면 아마 파괴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났을 텐데 지금은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평가가 있을지언정 연착륙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