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 신규 대출 평균 신용점수 933.2점, 작년 12월比 3.6점 ↑
주담대·전세·일반 신용대출 점수, 전월보다 각각 4,6점, 6.6점, 2.9점 상승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발새하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도 해당 행보에 기름을 붓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3월 취급 KCB 기준)는 933.2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929.6점 대비 3.6점 상승하면서 930점을 돌파했다.
대출별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9.6점에서 934.2점으로 4.6점 올랐다. 전세대출은 920점에서 926.6점, 일반 신용대출은 923점에서 925.8점으로 상승했다.
신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지난달 평균 신용점수는 955.8점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950점, KB국민은행 953점, NH농협은행 955점, 신한은행 957점, 우리은행 964점이었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이후 실시된 2차례 대규모 신용사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해당 조치로 KCB(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신용점수 측정기관이 개인 신용점수를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900점 초중반의 평균 신용점수를 기록하게 된 것.
문제는 점수는 올랐지만 실제 신용도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량적인 수치만 상승해 신용점수 변별력을 떨어뜨려 은행들이 대출 심사 강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변별력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신용점수가 과도하게 올라 대출 심사 변별력이 하락했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통해 내부 신용등급을 설정, 신용평가사들의 신용점수와 함께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의 대출 문턱 상향은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게 하는 ‘풍선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 3월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신규 신용대출 차주 21%는 신용점수 800점대의 고신용자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신용점수 800점대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매우 고신용자였다”며 “그러나 최근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을 통해 고신용자 기준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동기간 카드론 잔액(39조4821억원)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전업 카드 7개사, 2024년 3월 말 기준) 역시 1조7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5993억원) 증가했다. 이를 고려할 때 은행권의 대출 문턱 상향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중저신용자의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들어 완만한 하락세였던 대출금리는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상승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0일 평균 3.834%로 지난달 1일 3.737% 대비 0.097%p 올랐다. 그 결과 5대 은행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달 4.32%로 전월 4.30%보다 0.02%p 상승했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시 5조원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03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3월 중 1조7000억원 줄어 12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