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인 세대 수가 1000만 세대를 넘어섰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올 2월 기준 1인 가구 수도 998만명을 넘는다. 1인가구는 실제로 홀로 사는 사람을 뜻하고 1인 세대는 여기에 주민등록상 1인 세대주로 분리된 사람들까지 더한 숫자다. 말로만 하던 1인 가구 천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인 가구가 천만명에 이르면서 가전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중 가장 도드라진 것은 소형가전의 붐이다. 2021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절반 이상인 54.6%가 12.1평(40㎡) 이하에 거주한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부피가 큰 대형가전을 들이기는 부담스럽다. 그만큼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수요가 작아 소형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등 소수 가전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흔히 쓰는 선풍기, 밥솥, 청소기부터 김치냉장고, 건조기, 정수기에 음식물처리기까지 ‘이것도 소형가전이 있네?’ 할 정도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아직 대기업의 필수가전만큼은 안 되지만 판매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앳홈에서 지난해 10월 출시한 음식물처리기 ‘미닉스 더 플렌더’가 그 예다.
보통 음식물처리기는 4인 가구 이상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가정에서 주로 구매하기 때문에 시장에는 대형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미니 음식물처리기 미닉스 더 플렌더는 출시 8개월 만에 3만3000대 이상이 팔렸다. 음식물처리기가 아직 필수가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좁은 주방에 놓고 쓸 수 있는, 만족스러운 ‘작은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가전 시장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소형가전 세계 시장 규모가 2021년 8조3200억원에서 2025년 9조6200억원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소형가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만 해도 SK매직이 초소형 미니 정수기를, 보일러회사로 유명한 귀뚜라미가 소형 무선 선풍기를, 쿠쿠홈시스가 초슬림 벽걸이 공기청정기를 내놓은 것도 모자라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가 20만원대 소형 냉장고를 출시해 소형가전 시장을 그야말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1인 가구의 50% 가까이는 20~40대가 차지하고 있다. 비혼, 독립 등으로 1인 가구의 청년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가전 구매력을 갖추고 새로운 제품 구매에 거리낌이 없는 이들은 앞으로 가전시장에서 주요 고객으로 부상할 것이 자명하다. 수요가 높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러면 더 탁월한 제품이 나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