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품목 EU 수출액 중 20.4%가 중소기업…中企 수출 99.8%가 철강·알루미늄
해외 협력업체, 탄소배출량 정보 미제공 다수…”해당국·EU 등과 관련 문제 논의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유렵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범운영에 돌입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 수출 기업들은 탄소배출 관련 조항을 모두 충족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체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CBAM 적용 기업이 협력업체의 탄소배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요구된다.
3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수출 중소기업 중 CBAM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7.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CBAM에 직접 영향을 받는 EU 수출 중소기업 중 대응 준비가 된 곳은 4.8%로 더 낮았다.
CBAM 대응 애로사항으로는 비용부담과 정보부족이 거론됐다. 규제에 직접 영향받는 기업의 경우에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 애로가 가장 심각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지원으로 기업별 맞춤컨설팅과 탄소저감 시설지원, 실무 매뉴얼 마련, 교육·정보 제공 등을 원했다. 기업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일수록 컨설팅 수요가 높았으며,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시설지원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CBAM은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EU 생산 제품에 부과된 탄소 비용에 상응하는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규제가 강화할수록 생산시설이 규제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되거나,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로 생산 원가가 상승해 역외국 대비 불공정한 상황에 노출되는 문제는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적용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이다. 유기화학품, 고분자 품목 추가 여부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본격 시행된다.
CBAM은 중소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BAM 적용을 받는 철강의 경우,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5%다. 이는 아세안 10개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판재류를 주로 수출하고 있어서 CBAM의 영향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CBAM 적용 6개 품목의 EU 수출액 중 20.4%는 중소기업이 자치하고 있다. 중소 수출 99.8%가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이다.
CBAM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협력업체의 탄소 배출량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CBAM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제품 생산을 위해 협력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원료에 대한 탄소배출량 정보도 역시 보고돼야 한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여력이 없는 경우 또는 해외에 소재한 경우에는 자료를 얻기가 힘들어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 경제가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CBAM 대응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수출 규모, 업종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 EU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BAM 교육을 지원하고, 제도 설명 및 탄소배출량 산정 문의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해 합동 설명회를 지속 운영한다. 수출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시설 구축, 바우처, 해외규격인증획득 등도 지원한다.
또한 협력업체 탄소배출량 정보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국제적 지원책을 별도로 구분해 제공한다. 해당 업체가 국내기업일 경우,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이 나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제적 지원책과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중국, 일본으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는 중소기업 중 탄소배출량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다수 존재한다. 이 경우 기업의 요구만으로 해당 정보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범부처 간 협력체를 구성해 국제적 협조를 구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국적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과 관련해 EU와도 논의할 예정이다. 전환 기간에는 내재배출량 산정 시 기본값을 이용해 보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배출량 정보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EU와 기본값 제도의 적용 연장 등을 논의해 우리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