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 동향 없어…북한군 동향 면밀히 감시 중"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북한군 수십여명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사격 이후 퇴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단순 침범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북한군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북한군 일부가 MDL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했다. 합참은 국방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9일 낮 12시 30분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이후 북상했다"며 "우리 군의 경고사격 후 북한군이 즉각 북상한 것 외에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전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 20∼30명 중 다수가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고, 일부는 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MDL에서 약 50미터(m) 남쪽까지 내려왔다가 북상했다. 군은 이들의 움직임을 MDL 침범 전부터 감시했다고 언급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DMZ는 현재 수풀이 우거져 있고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길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군은) 수풀을 헤치고 움직이는 상태였고, MDL에 근접하기 전부터 우리 군이 관측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수십 명이 한꺼번에 MDL을 넘어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군인들이 이번에 넘어온 MDL 중부전선은 우리나라 철원, 연천 등지와 인접한 곳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넘어온 MDL 인근에 길이 없고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는 점, MDL 표지판이 없는 곳이라는 점, 우리 군이 침범 이전부터 이들의 동선을 추적·감시하고 있었다는 점, MDL 침범 후 이뤄진 경고 방송·사격에 바로 돌아갔다는 점 등에 비춰 길을 헤매다 침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건 발생 시점이 오물풍선 살포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9일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우리 군이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날이다. 때문에 합참이 이틀이나 지나 관련 사항을 공개한 것은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합참은 북한군 침범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 절차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한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고, 이는 대남 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대남 방송은 아직 청취된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