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예대 금리차까지 커지면서 은행권의 한해 이자 순이익이 34조원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따르면 은행의 지난해 이자 순이익은 모두 34조20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금리 상승기 가운데 최대 기록이다.
총이익(이자 이익+비이자 이익) 중 이자 이익 비중(93.0%) 역시 2010년 이후 장기 평균(87.8%)을 웃돌았다.
은행 이자 이익 호조의 주요 배경으로는 기업 대출 증가가 꼽혔다.
이번 금리 상승기(2021년 이후 현재까지) 일반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52조5000억원 급증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조원 줄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영업자금 수요가 늘고, 고금리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 대출 수요가 불어났기 때문”이라며 “기업 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자 이익률에서 대손율을 뺀 값)도 2022년 이후 가계대출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금리 상승기에 기준금리가 큰 폭(+3.00%포인트) 뛰어 예대 금리차(+0.38%포인트)가 커진 점도 은행 이익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국내은행의 경우 대출 내 변동금리 비중이 큰 반면, 예금은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커 금리 상승 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대출 부실에 따른 대손 비용 증가, 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차익 축소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이자 장사만 잘 한 은행’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 예대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8조7487억원으로 추산된다.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504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811억원) 대비 2230억원(5.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2분기 1조4488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1조2973억원, 하나금융 9516억원, 우리금융 8064억원 등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4~5월 은행 대출성장률이 양호하고 2분기 순이자마진(NIM) 하락폭도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 홍콩 ELS 충당금 환입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금융지주사들의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