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0가지 정책 이슈부터 산업별 대안까지 한국 경제 중장기 대응 전략 『경제의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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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10가지 정책 이슈부터 산업별 대안까지 한국 경제 중장기 대응 전략 『경제의 길 2』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6.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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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규제 혁신과 정책적 접근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라!
국내 대표 경제학자 11인의 대한민국 경제정책 대전망

경제사회연구원 학자 11인이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경제의 길 2』가 나왔다. 2021년 11월에 출간된 『경제의 길』 첫 번째 책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다음 정부를 향해 경제정책을 제안하는 의미가 컸다. 저성장과 위기 속에서 당시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화마(火魔)에 기름을 퍼붓는 꼴이 됐다는 엄중한 진단과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시장경제의 복원’을 역설했다. 그리고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책을 내놓았다.

그사이 새 정부 집권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연 앞서 제기한 근본 문제는 해결됐을까? 저자들은 여전한 위기의식을 토로한다.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규제를 서둘러 입법하는 식의 정책 관행은 여전하다. 그리고 눈앞의 표를 의식해 힘든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선심성 정책을 동원하는 정치 구조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의 길 2』는 이런 절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현 사회를 둘러싼 규제를 개선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물가에 따른 통화 긴축과 고금리 정책, 전쟁과 국제 안보 질서 변화, 기후변화 대응, ESG 열풍, 인공지능 발전 등 전 세계적 변화와 새 정부 집권이라는 국내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향한 과제를 부여받은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녹이고자 했다.

또한, 시민 스스로가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눈앞의 혜택과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올 비용을 제대로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한국 경제의 핵심 이슈에 대해 표면적 접근을 넘어서 새로운 성찰을 얻고, 젊은 경제학자들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
― 저출산·고령화와 가계부채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위험 요인 두 가지는 저출산·고령화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먼저, 인구구조의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칠 심각한 영향에 대해 세부적으로 진단한다.

이대로라면 한국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은 높아졌지만 정작 그 영향력과 대비책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이 책에서는 대응 방안으로 크게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정책적 도전’ 등 다방면의 장기적 정책 접근을 강조한다.

총량도 크고 증가 속도도 빠른 한국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전 정부 시기의 부동산시장 과열로 ‘영끌’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의 과도한 대출 열기와 결합해 문제의 심각성이 커졌다.

이 책에서는 기존처럼 가계부채의 문제를 총량보다는 부채 증가의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흔히 가계부채 위험을 증가시킨 원인으로 꼽히는 ‘영끌’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며, 가계부채 문제를 총량 규제가 아닌 차주 개인과 가계의 문제로 접근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구 감소 시대, 생계유지를 위한 혁신
― 일·가정 양립, 노동시장 미스매치, 건강보험 재정


보육, 직업, 건강보험 등 좀 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주제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접근한다. 이 주제들은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해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출산율 하락의 주된 원인은 자녀 양육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 그중에서도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기회비용이 높아진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조성돼야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의 기존 정책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흡하다. 따라서 제도 및 예산의 확충과 함께 기업의 부담을 낮춰서 제도의 활용률을 높이고,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정책 기능도 통합해야 한다.


다음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구직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기업은 적절한 인력을 찾을 수 없어 이른바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생산성이 낮고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산업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원하는 임금이 차이가 나서 발생하는 ‘임금 미스매치’와 고부가가치 또는 신기술 산업에서 구직자의 기술 수준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발생하는 ‘기술 미스매치’가 특히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고 기술 교육훈련을 현실과 적합하게 혁신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근래 건강보험료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장기적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이는 체계적·장기적 전략을 세우지 않고 덧대기와 조삼모사식 접근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한국 건강보험은 사회보장과 보험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유지됐다. 문제를 해결한 대안들은 이미 공유되고 있고,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변화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용기와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성장 시대와 국위 선양으로 가는 발판
― 서비스업 선진화, 디지털 경제와 금산분리, 경제안보 부상


서비스 산업 발전은 한국 경제 재도약의 중요한 열쇠이자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수출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주로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서비스업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는데, 이때 서비스업 선진화 및 생산성 제고는 저성장 시대의 성장률 제고,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가재정의 건전성 등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디지털 전환과 과감한 규제 개선 등으로 이제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금산분리’라는 규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재벌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이 규제는 어느덧 원칙으로 굳어졌지만, 이것이 꼭 원칙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 됐다. 이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예외를 두는 방식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꼭 필요하다.

한편,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 등으로 국제 질서와 패권 경쟁의 변화가 생기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도 큰 변동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공백을 새로운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동맹국 중심의 새 무역 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입지를 견고하게 할 여지가 있다. 그러려면 글로벌 선도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투자지원책이 필요하다. 경제안보 부상은 한국이 글로벌 첨단산업의 중추 국가로 도약하고, 국가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일 기회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화두와 경제적 시사점
― 데이터 경제와 녹색성장


오늘날 데이터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자원이 됐고, 그 이유로 인해 규제와 정책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터는 경제에 있어 매우 미묘한 존재다. 데이터의 가치가 높을수록 한편으로는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독점과 소비자 주권 상실과 같은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의 예민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데이터의 개방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정책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녹색성장에 대해서도 경제적 관점이 요구된다.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국제사회의 정책 형성을 주도해온 EU의 기후위기 대응 방식을 주의 깊게 성찰해야 한다. 이 책은 EU의 녹색성장 정책의 핵심은 ‘녹색’이 아니라 사실 EU 지역 국가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 맞춰져 있음을 지적한다.

EU 역내의 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은 견제하는 보호주의와 무역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규제 관련해서 국내 기업과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별 데이터 관리, 환경문제 관련 진단 및 컨설팅을 서둘러야 하며, 기업은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기존 경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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