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며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이를 재가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5일 만이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은)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미 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시켰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법안이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절차를 거쳐 지난 5월 28일 폐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포함해 파생 사건까지 특검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넓히는 등 한층 더 강화된 채 상병 특검법을 '당론 1호'로 발의했다. 여당은 이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까지 감행하는 등 저지했으나, 야권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지난 4일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되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은 이달 중 다시 표결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1주기인 19일 이전에 재표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범야권은 192석으로 의결 정족수인 200석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