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여야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안을 각각 재발의하면서 새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 예금자 보호 한도가 현저히 낮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21일 정계에 따르면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예금자보호한도를 1인당 1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의결을 통해 금융업종별로 보험금 지급 한도를 정하도록 규정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현행 예금보험제도는 금융기관이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을 돌려 줄 수 없을 경우, 예금주의 자산을 보험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보험금 지급 한도는 국내총생산(GDP)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했다. 엄 의원은 “예금자보호한도액은 2001년 1인당 5000만원으로 조정된 이래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라며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미국 25만달러(약 3억40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 1천만엔(약 9000만원)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금자의 자산 안전성 강화 및 보호 한도에 막혀있던 금융기관에 더욱 많은 예금액이 유입되는 등 금융기관의 활발한 금리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예금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예금 보험금의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신 의원은 “해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국내 예금 보험금 한도는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며 “낮은 보호 한도는 금융사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에 부합하는 금융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권은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위험 부담의 업권별 형평성 문제, 동등 상향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이동 등을 고려해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