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열폭주’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포비아’, 특단 안전관리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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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폭주’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포비아’, 특단 안전관리 대책 서둘러야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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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지난 8월 1일 오전 6시 15분쯤 인천 서구 청라한울로 96 소재 청라국제도시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지하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차 화재는 지하 주차장을 온통 쑥대밭을 만들고 1,500여 가구의 일상을 한순간에 마비시켰다. 

지하 1층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 1대에서 시작된 불은 72대의 차량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태워버렸고, 70여 대가 그을음 등을 입으며 현장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치솟는 불길과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에 주민 22명은 병원 신세를 졌다. 주차장 천장 배관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등 건물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4일째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무더위 속에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는 임시 거주 시설인 행정복지센터에 머물면서 이재민 생활을 했어야만 했다. 

불이 나자 주민 103명이 대피했고, 소방당국인 32명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77명과 장비 80대를 투입해 불을 껐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청라 제일풍경채 2차 아파트 333동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흰색 벤츠 전기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폭격을 당한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화재 현장은 녹아내린 차량의 잔해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사고는 밀폐된 지하 주차장에서 진화가 어려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드러냈고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다시 극명히 보여줬다. 이날 불은 소방당국이 출동한 후 8시간 20분만인 오후 2시 35분쯤에서야 겨우 진압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일단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폭주(TR │ Thermal runaway)’가 순식간에 일어나 일반 소화기론 끌 수 없다. 전기차에 일단 불이 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진압이 훨씬 까다롭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폭주’가 일어나 일반 분말소화기로는 진화하기 어렵다.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한 후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불을 끄는 소화수조를 써야 하지만 지하에선 거의 무용지물이다. 사실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가 진입하거나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지난 8월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국토교통부, 환경부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 6,610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19년까지는 소폭으로 늘다가 2020년 13만 4,962대로 처음 10만 대를 넘겼다. 그 후 매년 10만 대가량 또는 그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13만 4,475대로, 전년 말 2,594만 9,201대와 비교해 0.7%1인 18만 5,274대가 증가했으며, 인구 1.96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기차(60만 6,6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누적 등록 대수(2,613만 4,475대)의 2.32%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60만 대 고지를 밟았다. 2017년 당시 전기차 등록 대수는 2만 5,108대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4.16배가량 급성장했다. 

전기차 등록 대수 증가에 편승해 전기차 화재도 매년 늘고 있다. 2018년엔 3건이었으나 2022년 43건에 이어 지난해엔 72건까지 급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이나 된다. 지난 2017년 단 1건에 불과했던 전기자동차 화재가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 2022년 43건, 2023년에는 72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무려 10건이나 됐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지하 주차장 안전을 담보할 관련 법은 전무(全無)한 상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소방청도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경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하여 사망 23명, 부상 8명(중상 2명, 경상 6명) 등 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유사한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 기준과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주변에 안전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게 시급하다. 감지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24시간 살피고 방화 구획을 촘촘히 나누는 한편 특수 소방 장비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피해 보상을 둘러싼 분쟁에 대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화급히 요구된다. 전기차 화재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이동식 수조에 차량을 통째로 빠뜨리는 방식으로 진압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은 ‘이동식 소화수조’를 투입하지 못했다. 수조를 화재 차량 근처로 옮겨야 하는데, 지하 공간에 가득히 찬 연기로 인해 소방대가 접근할 수 없었고 이동식 수조를 투입할 수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화재진압을 위해 도입된 장비지만, 야외가 아닌 지하 주차장에선 무용지물이 아닐 수 없다. 지하 주차장은 천장이 낮아 소방차량 진입도 어렵다. 전기차와 지하 주차장은 화재 취약조건을 다 갖춘 ‘최악의 조합’인 셈이다. 전기차 화재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와 주차장 안전 기준에 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 지상 주차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와 소방당국은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주차와 충전소 안전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배터리 화재 진압 장비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 경기도 화성의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보듯 배터리 화재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단의 화재 대책이 없다면 아파트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전기차는 기피 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 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까지 오르고,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배출돼 진화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층고(層高)가 낮고, 차들이 밀집한 비좁은 공간이다. 이번 화재 때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었고, 불이 난 전기차를 물에 담그는 이동식 수조도 펼칠 수 없어 무용지물이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불을 완전히 끄기까지 8시간이 넘게 걸렸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지하 주차장 특성상 전기차 화재 시 배출되는 가연성 가스 등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도심지 약 70%가 아파트이고 지상 주차장을 없애는 추세다. 언제든지 청라 아파트 사고와 비슷한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로 확대도 우려된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등 해외에서는 충전시설을 전기 케이블 등 위험 시설과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이격(離隔)하여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지하 환기 시설과 단열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꼼꼼히 규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화재의 특성과 지하 주차장 구조의 특수성이 맞물리면 십중팔구 이번 화재처럼 대형화재로 확산할 수밖에 없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이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배포하긴 했으나 지하 3층 이하엔 충전구역을 피하라는 식의 권고 정도로는 대형 참사를 막아내는 데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새로 만들어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7월 25일 급발진 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사)소비자와 함께, 참여연대, 강민국 의원, 강준현 의원, 민병덕 의원, 천준호 의원, 허영 의원, 김남근 의원, (사)한국소비자안전협회의 등의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정책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친환경 자동차의 급증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시대적 조류를 거역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PL(Product Liability) 법(法)’의 입법 취지를 살려 전기차 제조회사와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 양해각서)라도 체결하여 최소한 전기자동차 개발과정과 리튬이온 베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Know-how)를 화재진압 영역에 공유하려는 공동 연구와 합동 대응하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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