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배터리사 전면 공개…기아도 “조만간”
KG모빌리티, 출시 행사장서 공공연히 밝혀와
전기차 실명제 등 종합 대책 다음달 초 발표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확산할 조짐이다. 배터리사 공개는 대형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감)'가 커진 데 대한 진화 조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자 대외비였던 배터리 정보 공개를 속속 검토하고 나섰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 업계 최초로 자사 전기차들의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현대차 홈페이지 접속 시 관련 공지문이 바로 노출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문의가 많아 차종별 제조사 현황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구체적 현황을 보면 현대차는 13종의 전기차 중 12개의 차종에 국내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코나 일렉트릭엔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기아 역시 조만간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빠르면 12일 게재될 예정이나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KGM)도 관련 논의에 착수한다. KGM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전기차 출시 시점부터 미디어 행사 및 보도자료에 배터리사를 공개해 왔고, 해당 보도자료도 홈페이지에 게재한 상태"라며 "이와 관련해 관련 부서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입차 1위인 BMW도 배터리 정보 공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 홈페이지 공개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정부 회의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가 최대 화두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이병화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어 13일엔 국토부가 국산차 및 수입차업계와 안전 점검회의를 갖고 배터리사 공개 의무화에 대한 입장을 듣는다.
정부와 유관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 공개 방안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건 지난 1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이후 고객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피해액은 최대 1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해당 화재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주요 기업 고객센터와 일선 영업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배터리사 공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기차 원가에서 30~40%나 차지하는 배터리 정보 공개는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영업기밀, 본사 지침 등을 이유로 배터리사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될 경우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과 막연한 공포감을 일부 잠재우는 데 보탬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또 제조사 간 품질 경쟁이 벌어져 전기차 안정성 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과충전' 방지를 위해 전력선통신(PLC) 모뎀 설치 확대, 충전 목표량 90% 제한 기능 도입 등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배터리 실명제 도입을 포함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정부 종합대책은 다음달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