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K-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통 기업들의 퀀텀점프도 본격화한 모양새다.
19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48억2000만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지난해보다 18.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도 사상 처음 1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농식품 수출액도 꾸준히 성장했다. 올 상반기 라면을 포함한 농식품 수출액은 47억7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6.7%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해외 시장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시가총액 톱 100에 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말 시가총액 순위 180위에서 6월말에는 75위로 상승하며, 시가총액 증가율은 217.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처럼 성장해 눈길을 끈 또다른 기업은 실리콘투다. 화장품 유통 플랫폼 스타일코리안을 운영하는 실리콘투는 시가총액 1조 클럽 중 증가율 1위(302.2%)로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투의 경우 3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7113억원 수준이었는데 6월 말에는 2조 8610억원으로 3개월 새 시가총액이 2조1496억원 넘게 증가했다.
급격히 회사의 덩치를 키운 두 기업 모두 K-열풍의 수혜를 입었다. 해외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은 고물가∙고금리의 악재 속에서도 영업이익률을 개선해 나갔고, 내수에 머무른 기업의 실적은 답보에 머물렀다.
유통기업들은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사업 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다. K-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다가가기 쉽도록 리브랜딩을 하거나, 완전히 컨셉을 바꿔 리런칭하기도 한다. 특히 규모가 큰 유통 브랜드들은 어려운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계열사 통폐합도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퀀텀점프라면 반도체, 제약사 등 특정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국내 식품, 화장품, 대형쇼핑몰들이 무대를 세계로 넓히면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내수 시장 위축과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더해지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또 기후변화로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식품, 화장품 등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업계는 원가 절감을 위한 해외 진출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냉동김밥, 파운데이션 등 핵심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한 중소기업 사례가 늘면서 해외에서의 성공이 대기업의 전략적 진출과 자본투자가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방증이 됐다”며 “국내 제품들은 특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많은 기업이 리브랜딩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