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분기 연속 전년동기보다 소매판매액 지수 감소해, 내수 침체 장기화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국내 식품업계가 K-푸드 열풍에 발맞춰 글로벌 브랜드로 리뉴얼에 한창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분기(4월~6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7%, 영업이익은 103.2% 증가하면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삼양식품이 연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매출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8%까지 확대됐고,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714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의 비약적 성장에 국내 식품사들은 ‘넥스트 삼양’을 표방하며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삼양그룹 또한 브랜드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하고 불닭을 브랜드화 했다. 제품도 라면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고, 포테이토칩 등 라인업을 확장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12년만에 BI를 변경했다. 오는 9월부터 롯데리아는 국내∙외 매장에 새로운 BI를 도입한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통합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의 범용성을 확대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도 브랜드를 리뉴얼 했다. 비빔밥을 담는 돌솥 모양 BI에서 벗어나 한국 식문화를 함께 나누는 사람과 사이의 연결을 의미하는 밥상을 형상화했다. 또한 이전에 영문만 표기했던 것과 달리 한글을 함께 넣어 한국의 브랜드라는 점이 각인될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 영상에서는 다양한 국가, 연령대의 소비자가 함께 모여 새롭게 바뀐 비비고 제품들을 즐기는 상황을 담아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했다.
오뚜기는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새로운 영문 표기를 도입했다. 기존 OTTOGI는 발음에 대한 혼선이 있어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자 OTOKI로 변경했다. 표기명 변경부터 현지 문화를 반영한 브랜딩 등 다양한 전략을 고심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시장 공략은 내수 시장이 그만큼 축소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물가 상승 영향 제거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판매는 2022년 2분기 0.2% 감소를 시작으로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역시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가 해외 판매로 돌파구를 만드는 까닭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은 47억7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6.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힘을 싣고 있다”며 “과거에는 해외에서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는데 K-푸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가속이 붙는 것 같다. 시류에 올라타기 위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