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출범에도…“정부 역할 제한적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여파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대신 추진한 ‘플랫폼 민간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부실한 감독 체계가 티메프 사태를 키웠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메프 사태 관련 소상공인 피해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2.2%는 정부의 시장 감독 기능 및 입점업체 보호제도 미비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정부의 강한 제재와 규제 마련에 대한 요구도 높다. 소상공인의 95.2%는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 다른 사업 목적으로 이용 금지 등에 대한 판매대금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안전결제 시스템인 에스크로 계좌 의무화에 대한 요구도 91.1%였다. 에스크로(escrow)는 오픈마켓 등에서 소비자가 지급한 대금을 중립적인 제3자 기관에 보관했다가 일정 기간에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플랫폼 기업의 경영 건전성 입증을 위한 공시 의무화에도 95.9%가 찬성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3일 정부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협의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민간 자율규제 일환으로, 배달업계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여해 상생안을 마련한다.
플랫폼 민간 자율규제는 정부 대신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그 일환으로 조직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플랫폼 입점 시 발생하는 불공정 요소 해결, 소비자 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하는 협의체다. 플랫폼 사업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소비자단체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플랫폼 민간 자율규제는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부재로 비판 받아왔다. 당시 정부는 온플법을 제정해 플랫폼을 규제하려 했으나 플랫폼 기업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으며, 결국 공정위는 대안책으로 플랫폼 민간 자율규제를 선택했다. 플랫폼들이 온플법을 반대한 이유는 규제로 인한 관련 산업의 성장 저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등이다.
입점 단체와 소비자들은 미이행 플랫폼사들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자율규제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실제로 플랫폼사들이 자율규제안을 따르지 않았을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경고와 미이행 정보 공표 정도다.
오픈마켓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입점업체들은 자율규제 도입 때부터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플랫폼들이 내놓은 규제안들은 입점업체들의 의견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법처럼 플랫폼들을 제재할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