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자생력 떨어져 우려…PG사 계약도 난항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배달대행업계의 미정산 문제가 라이더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대행업계의 불안정성 심화돼, 일부는 이미 자생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 벗어난 업황 정상화 단계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업 확장을 통한 위기 돌파 움직임이 관측됐지만, 라이더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구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만나플러스의 운영사 ‘만나코퍼레이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만나플러스가 라이더에게 배달비 대금을 정산하지 않고, 이를 미뤘기 때문이다. 만나플러스가 지금까지 지급하지 못한 배달 수수료는 85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공정위는 아직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나플러스는 배달을 맡기는 가맹점이 선불 충전금을 예치하면, 실제 배달 후 라이더와 총판에 배달료를 정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만나플러스의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입점업체와 라이더가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다.
배달대행 시장의 자생력 논란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이 줄어들면서, 그간 키운 몸집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경영위기도 점차 가속화됐다. 배달대행업계 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메쉬코리아는 오너리스크와 적자 기조 심화로 매각됐고, 바로고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배달대행업체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자유치까지 줄어 비용을 정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때, 투자금을 순환시킬 방도가 없어 배달대행업체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았다”며 “하지만 배달 시장이 정상화됐고,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수익을 내는 업체로 투자하는 사례가 늘었다. 결국 내실을 다지지 않은 업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시행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변수다. 전금법은 머지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됐고, 내달부터 시행된다. 배달대행사들도 정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이용해야 한다. PG사와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비용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난으로 제도를 이행하기 벅차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정산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울 남서부의 한 라이더는 “라이더들은 애초에 허브장과 함께 대우가 좋은 업체를 선택해 배달을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 만나 소속 라이더들은 정산 문제로 타 업체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면서 “타 업체들도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전업 라이더들의 생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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