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가늠 척도 ‘재무건정성·모기업 뒷받침’ 등 떠올라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티메프(티몬·위메프) 쇼크가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강조되면서, 규모와 안정성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 타 전열을 가다듬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는 시장 재편에 변수로 떠올랐다. 300조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의 쌑바 싸움에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구영배 대표의 큐텐은 단 2년 만에 5개 기업을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4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티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현재는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미정산 금액이 무려 1조3000억원에 달하며, 피해를 입은 4만8000개 업체 중 약 1000개사는 피해금액만 1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티메프 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고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유통업계 신뢰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이커머스 생태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안으로 여겨지면서 셀러(판매자)와 소비자는 제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넘어 재무상태 등까지 고려한 신중한 구매 형태가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까지 꽁꽁 얼어붙은 형국이다.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금 유치를 토대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수익을 취하는 이른바 계획된 적자 전략은 더 이상 통용하기 어려워 진 것이다. 대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원 감축, 사옥 이전, 비효율 사업 정리 등 초강수를 둔 기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내실을 안정적으로 다진 기업이나 모기업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2022년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거래액 기준)은 쿠팡이 24.5%, 네이버쇼핑이 23.3%로 양대산맥을 이룬 가운데, 신세계그룹(G마켓·옥션·SSG닷컴) 10.1%, 11번가 7%, 롯데온 5.0%, 큐텐그룹(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4.9% 등 순이다.
쿠팡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분기 말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600만달러(7조5867억원)로 작년말(52억4300만달러) 보다 늘었다.
최근 쿠팡이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지만, 무료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핵심서비스의 락인(가두리) 효과가 두드러져 이탈 부작용 보다는 순영향이 클 거라는 분석이다. 쿠팡 주주들 역시 유료 수입 확대라는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와우 멤버십은 인상을 예고한 지난 4월 이후에도 쿠팡 이용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진전월(3129만명) 보다 많은 3166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알리익스프레스(847만명), 테무(755만명), 11번가(733만명), G마켓(520만명)이 2~5위를 차지했다.
다만, 변수도 남아있다. 일명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가 한국 유통시장 장악을 위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물질 검출, 가품,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논란을 야기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가 재기를 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상품 중개 채널 K-베뉴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을 연말까지 이어가는 등 국내 셀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해외직접구매액은 2조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치솟았다.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2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특히, 전체 해외직구액의 중국 비중은 무려 61.4%에 이른다. 역대 처음 60%를 넘어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2위인 미국(21.1%)과 일본(16.4%)과 큰 격차를 보인다.
향후 국내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점쳐지면서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여진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에 3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7조347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계획한 상장 작업, 사업 확장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 기업들이 내실 강화에 나서는 동시에 판매자를 위한 정책 확대해 건전성과 신뢰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