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명품, 더이상 효자 품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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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명품, 더이상 효자 품목 아냐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4.04.17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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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등 해마다 매출 절반 감소…매장 철수 굴욕도
떨어지는 희소성·경기침체·해외직구·병행수입 영향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지난 16일 영등포에 위치한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 매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페레가모, 구찌, 버버리, 펜디 등 일부 매장들에 고객이 없는 것.

이에 대해 페레가모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주말이 아닌 것도 있지만, 요즘은 주말에도 과거처럼 명품매장에 긴 대기줄을 서는 등의 고객 발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최근 백화점 명품 매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효자 품목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사진은 한 여성이 현대백화점 서울 삼성동 지점 외벽에 설치된 명품 홍보관의 명품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정수남 기자>

불황에도 끄떡없던 ‘명품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일부 브랜드의 떨어지는 희소성과 함께 해외 직접구매와 정부의 병행수입 정책 등이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준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페라가모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2년 192억에서 지난해 107억으로 44.3% 급감하는 등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구찌그룹코리아의 지난해 매출도 2425억여원으로 2012년(2558억여원)보다 5.2% 줄었고, 버버리코리아 역시 2년 새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나는 등 체면을 구겼다. 같은 기간 펜디코리아의 경우도 영업이익이 17억50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 신장률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의 매출 성장률은 2011년 29.6%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8.4%, 지난해에는 4.8%로 급락했다. 롯데백화점도 이 기간 20%대에서 12%, 10%로 추락했다.

명품의 위세가 꺾이자 일부 브랜드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페라가모는 갤러리아 명품관을 철수했고, 발리도 실적 부진으로 인해 국내 백화점 매장을 닫았다.

이와 관련, 최근 명품으로서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주요 고객들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실제 국내에서 명품은 일명 ‘3초 백’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는 거리를 걷다 보면 3초마다 명품 백을 볼 수 있어서 얻은 별칭이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반 모씨는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 명품 가방을 소유하고 있지만, 구입 당시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희소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며 “가방을 구입할 기회가 생긴다면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희소성이 뛰어난 명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희소성과 함께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와 해외직구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브랜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도 최근 명품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업계는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아랑곳 않던 명품 브랜드도 위세가 크게 꺾였다”며 “백화점의 세일 기간을 통해 재고 소진에 나설 정도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병행 수입 시장 규모는 2조원대이며, 해외 직구의 규모 역시 2~3년 안에 그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들이 해외 직구와 병행수입 등 제품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채널로 눈을 돌리면서 백화점에 입점된 고가 명품 브랜드의 실적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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