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부실 우려 사업장 '우르르'…새주인 찾기 난항 예상
"수도권 일부 빼고 경쟁력 낮은 매물은 유찰 속출할수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13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경·공매에 부칠 예정이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해 질서 있는 PF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PF 사업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다. 경·공매를 거쳐 기존 가격의 50~60% 수준에 매각될 경우 사업성이 높아지는 만큼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입지나 용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물은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실이 우려되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1차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이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 금융권의 총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는 216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이 중 연체, 연체유예, 만기연장 3회 이상 사업장(33조7000억원)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유의·부실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의 익스포져는 21조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져(216조5000억원)의 9.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공매 대상인 부실 우려 사업장은 13조5000억원 규모로, 금융당국이 당초 예상했던 7조원보다 2배가량 많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1차 사업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9일 열린 '부동산PF에 대한 금융회사의 사업성 평가결과·향후계획' 브리핑에서 "9월 중순부터 활발하게 경·공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기 도래에 따라 순차적으로 경공매나 재구조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매물이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시장의 관심이다. 경·공매에 나온 매물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경·공매에 부쳐진 매물가격이 50~60%선으로 떨어지면 사업성이 개선되는 만큼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토지의 경우 가격이 50~60%선으로 하락하면 높아진 공사비와 금리를 반영해도 분양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때를 대비해 토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입지와 용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물은 유찰이 거듭되면서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사업성도 결국 분양시장과 연결되는데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분양시장도 여전히 침체"라며 "시장이 아무리 안 좋아도 좋은 매물은 팔린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PF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부동산금융 활성화 전략' 세미나에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윤홍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하강기에는 분양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공사비가 회수되지 않으면서 대형 건설사의 신용 보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금 조달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수도권 인기 지역 내 아파트 외에는 사업성이 낮아 부동산 PF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공공주택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사업성 악화로 선순위 대출도 PF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단계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시행·시공·금융 등 각 영역에서 균형있는 개선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PF 대출 시장 부실화가 반복되고 있다"며 “PF 대출이라는 상품 그 자체보다 국내 개발사업 구조가 취약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연구위원은 △시행사의 저자본 고레버리지 구조 개선 △중견 이하 건설사의 시공 참여 방안 재설계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근형 신한자산운용 부동산구조화투자본부 본부장도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을 최우선 방안으로 꼽았다. 박 본부장은 “현재 총 사업비의 3% 수준인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최소 20%까지 높여 금융기관 및 시공사, 보증기관에 개발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며 “정상화가 불발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매나 공매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해 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SK D&D(SK디앤디) 금융파트 부장은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김 부장은 “현재 국내 부동산개발사업은 시행사의 자본력은 영세하지만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부동산금융의 건전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자기자본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