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게임업계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최근 게임사들은 장르 다각화·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큰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게임 질병코드 등재 여부’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질병표준분류(ICD) 기준안을 통해 게임에 질병코드(Disease Code)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내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제9차 개정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KCD 개정은 ICD 기준이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게임을 사실상 유해 콘텐츠 취급하고 있어 질병코드 등록 시 낙인효과와 같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해당 사안을 두고 정부 부처별 입장도 나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 보건복지부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게임 주무부처로서 등재시 콘텐츠 업계의 타격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첫해 전체 게임 산업 규모의 약 20%, 2년 후 약 24%가 감소된다. 약 20조원 수준인 지난해 게임 산업의 규모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년간 총 8조8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물론 지나친 게임 이용은 수면부족·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하며 중독 현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는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드라마·소셜미디어 등 여러 콘텐츠가 동일하다. 게다가 타당한 근거를 갖춘 여타 질병과 달리 게임은 질병으로 분류될 구체적인 근거나 기준이 부족하다. 단순히 게임은 학업에 방해되고 특정 사례만을 언급하며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질병코드로 분류하기 위해선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된다면 이는 ‘제2 셧다운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11년부터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 시간대에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정책으로, 게임이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의 주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행 후에도 청소년들의 시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 후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면시간은 지속 감소했다. 결국은 해당 제도는 실효성을 잃었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을 위해 2022년 부로 폐지됐다.
게임업계는 외롭다. 글로벌 4위 규모의 게임 산업 규모를 지녔고 국내 콘텐츠 수출 중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정부의 규제와 싸우고 있다. 게다가 막대한 내수시장과 자본력을 갖춘 중국이 급부상했다. 정부의 지원과 개발력을 더해지며 최근 ‘검은신화: 오공’이라는 대작을 출시하며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셧다운제라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감성보다는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해 정부·산업·사회 등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좌우명 :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내일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