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저지대 지역에선 강제 대피령 내려지기도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미국 남동부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덮쳐 플로리다 해안 지역 곳곳이 침수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북서부 해안에 접근 중인 허리케인 '헐린'(Helene)의 위력이 더욱 강해져 이날 오후 6시 20분(미 동부시간) 경보에서 5개 등급 중 두 번째로 강한 4등급으로 격상됐다.
헐린의 최대 풍속은 시속 21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오후 8시 기준) 플로리다주 시더키 남서쪽으로 125km,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남쪽 190km 해역에서 시속 37㎞의 속도로 북북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허리케인이 몰고 온 폭우와 돌풍으로 이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여러 지역이 침수됐고, 나무와 전신주들이 뽑혀 빗물에 떠내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인 파워아우티지 분석 결과 이날 오후 7시 기준 플로리다주의 32만 가구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의 주도인 탤러해시 남부 해안에서는 최대 6m의 해일이 일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탤러해시를 비롯한 저지대 지역에는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탤러해시 지방 기상청은 "예측이 맞는다면 악몽 같은 해일 시나리오가 나타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따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항공 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탤러해시와 탬파, 클리어워터의 공항이 폐쇄됐으며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는 미국 내에서 약 1020편의 항공편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했다.
허리케인에 대응해 플로리다와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이어 버지니아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연방 정부는 각 주의 비상사태 선포 요청을 승인하고 1000명 이상의 지원 인력과 수색·구조팀, 발전기, 물, 식량 등을 필요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조치했다.
NHC는 헐린이 내륙으로 이동함에 따라 약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빠른 전진 속도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남부 애팔래치아산맥을 포함한 미국 남동부 내륙을 완전히 관통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