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국감 후 재발의...용산·與 "야당 검찰 만든 것"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2대 국회 국정감사를 사실상 '김건희 청문회'로 치르는 가운데 김 여사 관련 일부 의혹 수사를 전담할 상설특검을 추진한다.
김건희·채상병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번번이 가로막혀 최종 부결된 데 대한 우회로 차원이다. 도이치모터스, 디올백 수수, 공천 개입 등 김 여사 관련 의혹 큰 갈래는 국감 이후 재발의될 기존 특검법에 그대로 반영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22대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행위'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요구안을 제출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연관된 사건들을 상설특검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관련 나머지 범죄 의혹은 여전히 11월 발의될 특검법에서 다룬다"고 설명했다.
상설특검은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미 실행 중인 법률을 적용하는 만큼 별도 특검법을 발의할 필요가 없다. 입법안 국회 의결 후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라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여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상설특검은 검사 5명 외 파견 공무원 30명 규모다. 김건희 특검법이 파견 검사 30명, 수사관 등 공무원 60명으로 대규모 수사부를 꾸릴 수 있는 점에 비하면 몸집이 작다. 수사 기간도 60일에 30일까지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 김건희 특검법의 기본 90일, 최대 60일 연장에 비해 짧다.
그 때문에 상설특검은 대형 권력 비리 사건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상설특검은 2020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의 요청으로 한 차례 가동됐다.
당초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국민권익위 조사 불법행위, 인사개입, 채 상병 사망사건 및 세관 마약수사 구명로비, 22대 총선 개입 등 8개 혐의가 대상이다. 이번 상설특검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속한 수사가 가능한 사건을 골라낸 것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출범을 위한 후보추천위 국회규칙 개정부터 착수한다. 현행 추천위 7명 중 4명을 여야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하는데 여기서 국민의힘 몫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및 가족 관련 사건인 만큼 '이해충돌' 방지 차원이란 설명이다. 국회규칙은 국회 운영위원회 의결로 가능하다. 민주당이 다수로 위원장 역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인 만큼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야당 입장에선 속전속결로 특검 임명이 가능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상설특검 요구안 제출을 두고 "야당 직속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곧바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특검 추천위이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명시한 상설특검법 취지를 정면으로 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은 본격적인 특검법 재발의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본인은 물론 모친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조작 관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공천개입 의혹 관련 명태균씨,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 김영선 전 의원 등이 증인이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가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국토교통위가 관저특혜 의혹 관련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 등 불참한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을 결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