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이 온라인 금융 상품의 가격을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DP)을 대거 도입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DP는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행태와 신상 정보 등을 분석해 상품의 가격을 개인마다 달리 표출하는 것이 핵심으로, 쿠팡이나 아마존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는 기법이다.
DP는 개인에게 적정 가격을 제시해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사람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으로 가격을 널뛰게 만들어 소비자의 반발을 일으킬 때가 적잖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도입 3년 차를 맞이한 마이데이터 사업 덕에 금융사들이 개인 정보를 보유하게 돼 ‘가격 차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DP 기반의 금융 상품은 국내에서 사례가 아직 적지만, 이 기법의 핵심 재료인 사용자 데이터가 모이는 만큼 DP 확산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관측이다.
개인화 가격을 산출하는 AI도 지난 2010년대에 이미 개발과 검증이 끝난 구형 기술이라 비용이나 진입 장벽이 낮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카드·보험·증권 등의 개인 이용 정보를 당사자 동의 아래 특정 회사가 한 번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KB국민은행과 미래에셋증권 등 유명 금융사들이 대거 사업자로 참여한다.
정 연구위원은 전화 통화에서 “데이터 기반의 이런 가격 차별에 대해 국내에서는 법적 제한이 없다. 실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금융 상품의 가격을 개인화해도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 활동인 만큼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해법으로 규제가 아닌 시장 경쟁 증대를 꼽았다.
최신 데이터·AI 기술과 결합해 향후 DP의 구조와 유형이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라 법규와 단속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을 것이라는 풀이다.
이 때문에 몇몇 거대 마이데이터 사업자 외에도 여러 경쟁 업체가 DP 기반의 금융 상품을 내놓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익을 늘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정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행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은 자본금 요건, 물적 요건, 인적 요건(대주주 적격성과 정보관리 전문성 등)을 모두 만족해야 참여를 할 수 있다. 의료·통신 분야에서도 새로 선보이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배상 보험 가입 등의 물적 요건만 요구해 그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내놓는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의 개선안을 보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더 유도하는 방안은 찾기가 어렵다. 요건 부담을 합리적으로 줄여 혁신적 서비스를 더 늘리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