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가 종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예산 심의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검찰 등 사정기관의 특별활동비, 특정업무경비를 삭감하는 데 방점을 두면서 당정과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에 대한 증액을 포기하더라도 정부안 감액에 무게를 싣는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법정시한(12월 2일)을 초과하며 '준예산 사태'에 이를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28일 국회와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방침이 확고하다. 이재명 당대표의 어젠다와 민주당 정강정책으로 추진 중인 예산 증액안을 내려놓더라도 대통령실, 검찰, 정부 주요 부처 등의 특활비·특경비를 반드시 삭감한다는 것이다. 야당 주도로 정부 예산안 감액안만 단독 처리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선 야당의 이같은 예산안 강경 행보는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엄존한다.
야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2025년 국가 예산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예산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사익추구형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복지, 민생을 위한 공적 예산은 법정 시한을 준수해 꼼꼼히 챙기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에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도 취재진에 "합의를 명목으로 처리를 미뤘다가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예산과 관련해서는 기일을 준수하자"고 원내 지도부가 협의했다고 밝혔다. 준예산 사태가 빚어질 경우 국민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이를 우회함과 동시에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는 지난 25일 1차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매듭짓고 예산 심사 종반부에 해당하는 증액 심사에 돌입했다. 각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는 야당 주도로 대통령실, 검찰 등에 대한 특활비와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데 이어, '김건희표 예산'으로 불리는 정부 예산안도 대폭 칼질됐다. 이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 보전을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의 요청은 예결특위 심사가 이뤄지더라도 끝내 부결될 전망이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안 증액에 대한 여당과의 합의를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정부안 감액을 관철한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특히 예산안 삭감은 정부 동의 없이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예결특위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지역화폐 등 랜드마크 예산 증액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정부 예산안은 감액한다는 게 (민주당의) 현 방침"이라며 "예산 감액이 반영된 수정안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과 추가 조율을 통해 정부 예산안을 일부 보전하고 민주당표 예산 증액에 나설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예산 전면 삭감' 방침을 강조한 것도 여당과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에 서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증액을 예고한 예산안은 2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고교 무상교육 지원 등이다.
결국 야당이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으나, 아직 정부 감액과 민주당표 예산 증액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만큼 임시 협의기구인 '소소위'를 거치게 될 공산도 있다. 이 경우 여야가 정부예산 부분 보전, 야당 증액안 수용 등을 매개로 극적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민생 파탄 우려가 증폭한 상황에서 올해년도 예산을 토대로 내년도 예산을 책정하는 '준예산 사태'가 빚어질 경우 민심 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여야 간 물밑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