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년 불확실성 확대에 고강도 인사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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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내년 불확실성 확대에 고강도 인사 급물살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4.12.0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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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그룹, 대대적 물갈이 단행
현대百, 형제 경영 강화…안정 속 변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정기 임원인사를 매듭지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해 위기의 파고를 넘고 미래 대비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심산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들의 연말 정기 인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안정 속 쇄신’ 보다는 ‘과감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오너가 인물들이 경영 최전선에 나서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정유경 총괄 사장이 9년만에 ㈜신세계 회장으로 오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계열 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을 맡게 됐다. 이를 더해 올해에도 ‘신상필벌’ 기조 하에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를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24,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L&B, 신세계야구단 대표를 바꿨다. 주력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를 제외한 이마트 부문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인사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이마트24 새 대표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차지했다.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 신세계L&B에는 이마트 출신인 마기환 마라셀라 전무를 대표로 올라섰다. 신세계그룹은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진행했다. 지난달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표이사 60명 가운데 21명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인사에서 14명을 교체한 것보다 고강도 인적 쇄신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변수가 쌓이면서 최근 롯데케미칼의 경우 회사채 이슈를 계기로 그룹 전체가 본격적인 비상 경영에 들어간 만큼, 이번 인사 조치로 경영 체질을 혁신하고 구조조정에 속력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경우 부사장으로 영전하며 경영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롯데는 경영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사업 속도와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말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하는 강수까지 뒀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안정 속 쇄신을 꾀했다. 승진 29명, 전보 31명 등 총 60명에 대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지난 10월말 시행했다. 인사 폭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 대표들은 직을 유지하고, 현대면세점, 현대이지웰 등 일부 계열사 대표는 교체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동생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경영’을 이어간다 정교선 부회장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보좌하면서 단일 지주회사 체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 나갈 예정으로 그룹 계열분리 일환으로 이뤄진 정유경 신세계 회장 승진과는 목적과 성격이 다른 승진인사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인사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라며 “지난해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된 만큼 올해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주요 계열사 대표를 전원 유임해 불황 속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혁신에 매진토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들의 경영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어 민첩한 인사 정책 및 고강도 쇄신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100.7로, 10월보다 1.0%p 하락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는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장기 저성장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재적소 인사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직을 유지했거나 임무를 새로 부여받는 수장들이 앞으로 본원 경쟁력 강화,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등을 통해 경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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