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소비지출 중 의류 비중 역대 최저
새 법인 출범, 화장품 사업 진출 검토 등 골몰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패션업계가 전략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내수 부진, 인건비 부담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고물가 여파로 지갑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가 의류 구매를 최소화하는 추세가 이어져 실적 반등을 위한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현상으로 가계가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소비를 줄이면서 의류 지출 등이 점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늦더위 등 계절적 변수도 의류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처서 매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늦더위가 오랜기간 기승을 부이자 예년과 비슷하게 가을 옷을 준비했던 패션업계는 특수를 누리기 커녕 실적이 대부분 고꾸라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류·신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축소한 11만4000원이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치다. 앞서 관련 비중은 지난해 4분기 6%였다가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4.4%, 5.4%로 하강곡선을 탄 뒤 3분기 3%대로 떨어졌다. 7∼8%대에 이렀던 과거 2014∼2016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상품과 서비스 소비 가운데 상품소비가 금리에 더 민감하다”며 “고금리 영향으로 자동차, 가구, 의류 등 상품소비가 부진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악재를 넘기 위해 패션업계는 전략을 다시 재편하고 있다.
먼저 세정그룹은 지난 1일부로 새 법인 ‘OVLR’을 출범시켰다. 이는 ‘100년 기업 향한 기업 가치 극대화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각 부문별 핵심 역량에 주력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전략 첫 일성으로 ‘올리비아로렌’을 중심으로 한 여성 패션 부문의 독립 법인화를 추진한다고 지난 10월 선언했다.
이번 신설 법인의 출범으로 세정의 기존 사업부와 신설 법인은 각자 독립된 경영 시스템 구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기민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복안이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 의류제조 기업 한세실업 등을 운영하는 한세예스24그룹은 지난 10월 16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미래사업 발굴 등으로 성장을 꾀해겠다는 복안이다.
버커루, NBA, 모이몰른, 리바이스키즈, 컬리수 등을 브랜드로 둔 한세엠케이는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 전개 △소비자 니즈 맞춤 온·오프라인 채널 운영 △브랜드별 메가스토어 매장 확대 △ 베이비 신규라인 출시 및 NBA 라인 확대 등에 방향성을 맞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킨케어 제품 중심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핵심 수출 시장이던 중국 시장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시장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범한 모이몰른의 경우 일찌감치 2020년 일본, 2022년 미국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입지를 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 현상, 경기불황, 소비침체 등으로 패션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 내실과 덩치를 모두 챙기고 새로운 타개점을 찾기 위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