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기업 대출은 ‘일사천리’...중기에겐 ‘깐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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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기업 대출은 ‘일사천리’...중기에겐 ‘깐깐’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4.08.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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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적 요소 보다 정성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매일일보 이병우 기자] 은행권의 대‧중소기업 간 이중적 대출 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대출은 심사를 허술히 하면서 무분별적으로 늘리는 한편 중소기업은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건실한 중기에게 공급되야할 유동성이 부실한 일부 대기업 및 계열사에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5일 한국경제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전체 여신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 전체 여신 중 8.6%(27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대기업 대출 비중은 2007년 10.1%, 2008년 13.4%, 2009년 15.7%, 2010년 18.0%, 2011년 21.8%, 2012년 24.9%로 매년 상승하다 지난해는 24.8%로 집계됐다. 불과 7년 사이 3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반면 지난 2006년 91.4%(290조2000억원)를 차지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07년 89.9%, 2008년 86.0%, 2009년에 84.3%로 줄었고, 이후 2010년 82.0%, 2011년 78.2%, 2012년 75.1%, 2013년 75.2%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신규대출 또한 2006년 77조2000억원, 2007년 60조1000억원, 2008년 51조4000억원까지 매년 감소했다. 특히 2010년에는 중소기업에 대출한 돈보다 상환한 돈이 2조8000억원 가량 더 많았다. 이후 2011년 4조2000억원, 2012년 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7조4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중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리스크 관리’다. 중기에 비해 대기업 및 대기업 계열사 대출은 부실채권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형의 대출 사고들은 대개 대기업 관련 회사들이다.대표적인 사례가 KT ENS 대출 사기다. KT ENS 자금담당 직원과 협력업체가 미리 공모해 가짜 회사 인감을 가지고 은행권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463회나 여신심사를 했지만 금융당국의 검사 이전까지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 대출은 서류 심사를 간소화 하는 등 절차를 형식상으로 진행하고 중기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함시창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기업신용평가에 따라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대출은 행정 편의주의적”이라며 “하지만 중기 대출은 그에 반해 정량적 평가를 기준을 들이밀기 때문에 중기입장에선 대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의무대출비율도 다시 검토해야 되고 중기 대출 시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 대출요건인 정성적 요소인 기술, 영업력 등을 고려해야 대출이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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