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을 내 편으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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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을 내 편으로 하라
  • 매일일보
  • 승인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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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으면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열린다. ‘아무개와 아무개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로 시작되는 핑크빛 사연과 그 밑에 부모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웨딩 카드가 사무실 책상으로 연일 배달된다. 그런데 조금만 주의를 가지고 들어보면 자식을 결혼시킬 때 아들 가진 부모와 딸 가진 부모가 하는 말이 차이가 난다. 딸의 경우는 “우리 딸이 결혼을 했어요.” 하고 말하는데 비해 아들의 경우는 “우리 아들이 색시를 얻었어요.” 한다.

딸 가진 부모는 이십사 오년 이상을 곱게 길러온 딸을 남자 집으로 “시집보냈다”고 말하기가 너무 서운할 뿐더러 그렇게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남녀가 대등한 입장을 보이는 ‘결혼했다’라는 표현을 주로 한다. 그런데 아들
을 가진 부모는 대개 ‘우리 아들이 결혼했다’는 대등한 표현보다는 ‘얻었다’는 말을 쓴다. 양자 사이에 미묘한 심리가 반영되는 것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고부간의 해묵은 갈등도 실은 이런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볼 때 며느리는 우리 가족의 ‘신입사원’이다. ‘기존의 가족’이라는 회사에 새롭게 맞아들인 인물이다. 이것은 유교적 가족주의가 발달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생각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뼈대 있는 명망가나 재산가에서는 가족간의 유대의식과 결속력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똑똑하고 패션 감각 있고 사교계에서도 인기 캡이었던 재클린도 J.F. 케네디와 결혼하며 엄청난 시집살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최고 명문가인 케네디家라고 하는 대회사의 신입사원이 된 그녀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대수준에 부

응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승마, 테니스를 배우고 가문의 예법을 익혀야 했다. 家門의 중역인 시어머니가 매우 엄격하여 재클린은 시어머니 앞에서 머리를 들 수 없었을 만큼 쓰라린 시집살이를 했다고 한다.

비운의 여인인 영국 찰스의 황태자비 다이애나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상당한 시집살이를 했음은 물론이고 세인의 부러움을 사며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톱 탤런트들도 결혼 후 진정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
을 거치며 살아가게 된다.

이런 면에서 고부간의 문제는 한 직장의 선후배간의 문제와 닮아있다. 그동안 애써 이뤄놓은 나의 확고한 자리가 신입사원이 들어옴으로 인해 위협을 받게 된다. 특히 여성 선배인 시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인 며느리가 가슴팍
이 살짝살짝 드러나고 허리선이 꽉 조여진 실루엣패션의 옷을 입고 섹스어필한 미소를 지으며 시아버지나 아들 등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끈다면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살림이나 육아 등에 있어 실력도 없는 것이 젊다는 이유하나만으
로 주목을 받으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라이벌 의식이 안 느껴질 수가 없다.

게다가 저녁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아들과 함께 자기네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마치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땡’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과 같은 꼴이 되어 밉상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공동생활에 있어서의 조심은 회사나 가정생활이나 다르지 않다. 선배라는 적인 시어머니를 내 편으로 하기 위해서는 아부전략이 필요하다. 나만이 돋보이고 싶고 나만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라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물결이 인다. 선배의 질투를 유발하지 않도록 옷차림은 가능한 튀지 않게 한다. 향수의 사용도 가급적 시어머니 앞에서는 자제를 하는 게 좋다. 냄새를 뿌린다는 것은 자기 영역을 뜻한다. 강
한 냄새로 시어머니의 영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녁에 물러갈 때 타이밍을 잘 캐치하는 것도 지혜. 잔업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뭐, 도와드릴 일 없어요?”하고 사교성 멘트를 날리는 것처럼 둘만의 방으로 퇴장을 할 때도
“어머님, 시키실 일은 없어요?”하고 미리 알아 가려운 곳을 긁어준 후 퇴장을 하면 탈 날 일이 ' 坪'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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