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의 관치금융 움직임은 치사한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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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의 관치금융 움직임은 치사한 반칙"
  • 이진영 기자
  • 승인 2010.01.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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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기재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한국은행 길들이기 의도"
[매일일보=이진영 기자]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앞으로 금통위에 재정부 차관이 정례적으로 참석해 정부의 경기 인식과 정책 방향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8일 금통위 회의에 재정부 차관이 참석한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치사한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논평을 통해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여전히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공조체계 강화 주장은 모피아의 관치금융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특히 올 상반기 중 출구전략 시행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그리고 한은법 개정 등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참석을 전격 단행한 것은 ‘한은 길들이기’에 다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사퇴 종용, 그리고 이번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참석 등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난 모피아의 관치금융 움직임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정권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모피아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정권은 성공하기 어렵다. 관치금융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모피아의 관치금융 현황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중히 통제할 것은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라 최근 세계 각국은 재무부, 금융감독기구, 중앙은행 등 광의의 금융당국 사이의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의 금융감독체계가 개별 금융회사의 미시적 건전성 제고에만 집중함으로써, 국민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는 무력했다는 반성에 기초한 것이다.

이에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이른바 거시건전성 감독체계(macro-prudential regulation)의 도입 관련 법제도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작년 초에 중앙은행(Bank of England) 관련법이 개정되었으며, 이후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싸고 노동당 정부와 보수당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오바마 행정부가 작년 6월 금융감독체계 개혁안을 발표하였고, 지금 의회에서 10개가 넘는 법안들의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감독체계의 구체적인 형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현 수준에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로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둘째로는 금융안정 목적을 중앙은행 홀로 완수할 수는 없으므로 재무부와 금융감독기구를 포함하는 광의의 금융당국 간에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개혁연대는 "어제 기획재정부가 금통위 회의 정례 참석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논거, 즉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정책공조 강화는 바로 위의 두 번째 사항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피아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나머지 전제조건들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아전인수 격의 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금융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 강화에 관한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즉 거시건전성 감독체계 도입에 관한 국제적 공감대 중 첫 번째 사항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한국은행의 목적사항에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이를 위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의결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긴 것에 대해 "이것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모피아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에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법만이 아니라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걸친 개편안을 올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며 "지금 이 순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몰두해야 할 기획재정부가 엉뚱하게도 한국은행을 길들이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은 치사한 반칙"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열석발언권에 대해서도 "매달 열리는 대통령 주재 하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 한은 총재가 고정멤버로 참석하고 있고, 또 금융정책협의회/경제장관회의 및 그 산하의 실무회의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면서 "이 수많은 회의는 다 무시한 채 굳이 금통위 회의에서 직접 정부의 정책의도를 설명해야 하는지, 또한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매달 열리는 금통위 회의의 직전에 항상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구전략은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정책공조 체계를 구축(?)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8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11개월째 기준금리를 2.0%에서 동결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최대의 경제정책 이슈 중 하나는 출구전략 시행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의 선택인데,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상경제대책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더욱 후퇴한 것이 분명한 현실에서,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참석은 한국은행의 독립성 상실을 최종 확인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출구전략의 시행을 과도하게 늦춤으로써 인플레 압력 및 자산시장 버블의 생성, 그리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국민경제적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정부부처 숫자 줄이기’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진 기형적인 정부조직체계, 즉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깃이며, 이와 함께 금융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하고 마련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모피아는 이러한 국민경제적/시대적 과제를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상식의 궤를 벗어난 관치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뜻인지도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참석을 중단시키고, 모피아의 관치금융 현황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및 출구전략의 시행이라는 한국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사안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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