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뿌리 뽑히지 않은 ‘짝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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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뿌리 뽑히지 않은 ‘짝퉁시장’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5.01.2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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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판매 성행...'먹튀' 사기 피해사례도 부지기수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1.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조 모씨는 짝퉁에도 급이 있다고 귀뜸했다. 조 씨는 “짝퉁이라도 급마다 퀄리티에 차이가 있다. 어떤 가죽을 쓰느냐에 따라서 SA급, 커스텀급, 미러급 순으로 나뉜다”며 “최고급 라인으로 통하는 미러급은 백화점 가격을 호가할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한다”고 전했다.

#2. 국내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동시에 홍콩에 개인공장을 두고 있다는 짝퉁 판매자 이 모씨는 “여성들의 로망인 에르메스백 퀄리티는 가품 판매업체들 중 단연 국내 탑이라 자부할 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연예인 등 유명 단골손님까지 보유하고 있다. 소·도매 모두 진행하는 상황이라 하루 물량만도 백여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지하상가. 이곳에는 명품 브랜드를 본 떠 만든 짝퉁 제품 판매점이 줄지어 운집해 있었다. 가방부터 지갑, 신발, 허리띠, 액세서리 등에 이르기까지 짝퉁품목도 각양각색.

“사장님, 이 가방 얼마에요?”

서투른 한국말로 한 외국인 손님이 직원에게 가격을 물었다.

매장 직원은 “그 제품은 이번에 들어온 신상인데... 수입가죽으로 제작된거라 가격이 좀 나가요. 가격은 70만원이고, 현금하면 조금 깎아줄게요.”

오프라인 매장만 이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는 손가락 클릭만으로 개인간 거래가 쉽게 성사되기 때문이다.

단어 검색도 ‘이미테이션’, ‘공구’, 혹은 기존 명품 브랜드 명만 그대로 검색해도 줄줄이 짝퉁제품에 관한 게시물이 쏟아진다.

관련 판매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짝퉁도 쓰이는 가죽의 질에 따라 급이 나뉜다고. 최하급으로 통한다는 SA급은 중국산 가죽을 통해 제작한 제품으로 외관상 90% 진품과 동일하다고 한다. 가격대는 평균 20~30만원대.

다음은 커스텀 급으로 이는 이태리 등 수입 가죽을 사용해 만든 가품으로 전체적인 퀄리티가 우수한 편이며, 가격대는 최대 100만원대에 달한다.

끝으로 최고급 상태에 속하는 미러급은 정품과 동일한 가죽을 사용한 제품으로 백화점 가격대와 맞먹을 정도로 높은 가격대에 거래된다.

짝퉁 판매업자 A씨는 “단골손님들 중에는 여유가 넘치는 일반 고객들부터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들, 심지어 이름만 되면 알만한 유명 연예인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A씨는 또 “정품을 직접 본 고객들 가운데도 짝퉁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 실제 백화점  웨이팅을 취소하고 우리 매장에서 주문한 고객들도 있다”며 “입소문 덕에 불황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짝퉁 시장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먹튀 사기’ 등 피해 사례도 비일비재한것으로 취재 도중 확인됐다.

피해자 김 모씨(서울·30세)는 “지난해 연말 무렵 SNS를 통해 가방 2개와 신발 등 총 146만원을 이체시켰지만, 판매자는 며칠 뒤 잠수를 탔다”며 “이런 일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 겪고 나니 망연자실하게 되더라. 이후 모든 생활이 피폐해졌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송 모씨(제주·25세)씨는 “저도 같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현재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아주 한탕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사기를 친 것 같다”고 전했다.

송 씨는 또 “짝퉁제품을 사려다 피해를 입었으니 남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의심도 없이 추가 주문까지 하다 보니 피해액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와 관련 경찰 측은 “짝퉁 구입을 둘러싼 개인간 거래 시 일어나는 사기 피해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라며 “불법 차명의 대포폰과 대포통장, 익명 택배 등을 통해 피해자들을 눈속임하는 이러한 사기행각은 범인을 잡는데도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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