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현대건설이 소유한 서산간척지 내 60만평을 둘러싼 소유권 공방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서산간척지는 일명 물막이 공사로 유명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역작 중 하나이다. 현대건설은 태안기업도시조성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 곳 일부를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한 영농법인이 현대건설이 소유한 서산간척지 내 60만평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은 당시 이 땅이 피해농어민들에게만 국한된 보상토지였기 때문에 영농법인에겐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매일일보>이 알아봤다.
400장 농지권리증 보유한 서해안영농법인, 서산간척지 내 60만평 소유권 주장 현대건설, “피해농민에게만 국한돼 분양했기에 영농법인은 자격 없어” 반박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 생 전 물막이 공사로 유명한 충남 서산간척지는 대규모 간척농지이다. 현대건설은 이 곳 일부를 계열사 현대도시개발에 현물 출자해, 현재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그런데, 최근 이곳의 한 영농법인이 현대건설 소유의 서산간척지 내 60만평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영농법인은 바로 서해안영농조합법인(주).서해안영농법인의 전 대표이자 현재 최대주주인 전승근씨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현대건설이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서해안영농법인에게 60만평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법적 소송을 불사하고서라도 권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건설측은 “물막이 공사로 생활 터전을 잃은 지역 피해농어민들에게만 국한된 보상토지이므로 서해안영농법인은 소유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60만평 소유권 찾아 나선 서해안영농법인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산간척지 일부를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대략 980만평. 당시 현대건설은 ‘일반농민’들에게 1평당 2만4천원선에서 분양했다.
이후 2003년 초에 현대건설은 ‘피해농어민 우선매각’에 따라 1448만평에 대한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지 A지구 전체 1900만평 중 580만평을, B지구 1200만평 중 500만평을 1평당 2만원선에 분양했다. 2000년경 일반농민들에게 분양할 때와 비교하면 피해농어민들에게는 4천원에서 7천원가량 더 싸게 분양한 것. 당시 현대건설은 피해농어민 8천4백 세대에 ‘농지권리증’을 발급했는데, 한 세대당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최대 규모는 1500평이었다. 이후 현대건설은 2003년 11월 초부터 한 달가량 ‘농지권리증’을 가지고 있는 피해농어민들에게 농지배정을 실시했다.이렇게 하여 총 1080만평이 분양된 것이다. 당시 분양(매매) 조건을 보면, 농지권리증을 가지고 있는 피해농어민의 경우 현대건설에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3년 거치, 10년 균등분할상환의 조건으로 농지를 배정 받을 수 있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농지권리증
하지만, 농지권리증을 현대건설로부터 발급받은 전체 피해농어민 8400세대 중 상당수가 이 ‘농지권리증’을 제3자에게 매각해버리면서 문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감과 농기계구입 분활상환등에 대한 부담감, 또 배정받게 될 토지가 원거리에 있었던 까닭에 이래저래 농사를 지어봤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 쓸모도 없는 ‘농지권리증’이라고 판단한 피해농어민들은 이를 팔아버린 것이다.그리고, 이들에게서 ‘농지권리증’을 사들인 게 바로 서해안영농법인이었 던 것. 물론 서해안영농법인뿐만 아니라 다른 법인 또한 대량의 농지권리증을 매수했다.
전승근 전 대표는 “농지권리증이 양도양수가 가능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당시 피해농어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농지권리증을 1장당 250만원을 주고, 총 400장을 사들였고 들어간 매수비용만 총1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농지권리증을 가지고 있는 1세대당 1500평을 소유할 수 있었으므로, 서해안영농법인은 60만평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셈이다.
전 전 대표는 “현대건설이 2003년 11월 초 농지배정을 실시했을 때, 서해안영농법인은 피해농어민들로부터 사들인 ‘농지권리증’과 60만평에 대한 계약금 10%인 120억여원을 가지고서 권리를 주장했지만, 현대건설은 서해안영농법인은 자격이 없다”며 “오리발만 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의 시간끌기로 농지배정신청기간이 끝나자, 현대건설은 그 이후론 신청기간이 끝났다는 황당무계한 핑계로 권리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또 다시 횡포를 부렸다”고 성토했다.
서해안영농법인
“피해농민들로부터 60만평을 소유할 권리인 농지권리증을 총 10억을 주고 샀는데, 자격이 없다니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60만평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VS.
현대건설
“매수할 수 없는 권리증을 사들인 것부터가 잘못이며, 지금에 와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 또한 이상하다. 권리를 찾고 싶으면 법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
다른 법인은 되고, 우린 왜?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당시 현대건설이 피해농어민들에게만 국한된 보상토지이므로 400장 농지권리증을 가지고 있는 서해안영농법인은 자격이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 다른 법인에게는 매각을 한 것이다. 실제로 D합명회사 경우 배정신청기간이 끝난 직후인 2004년 2월경에 ‘충남 서산시 소북면사기리 8**, 8**번지’를 현대건설로부터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전 대표는 “D합명회사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백여장의 농지권리증을 피해농민들에게 사들였다”며 “왜 다른 법인에게는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배정신청을 담당했던 부하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현대건설은 1평당 3만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당시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 전 대표는 “2003년 말 현대건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시간끌기를 한 끝에 결국 해를 넘겼고, 2004년엔 국세청의 18억원에 달하는 세금추징에 대한 법정소송 때문에 시간을 흘려보냈으며, 이후 지역 농어민후계자란 이○○이란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현대건설을 압박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줄테니, 권리증을 달라는 말에 400장의 농지권리증을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자 이를 의심하여 확인해보니 이씨가 다른 사람한테 사기를 당해 농지권리증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 있었다”며 “결국 3년여 간에 걸친 법정소송 끝에 최근에서야 400장을 되찾게 됐다”며 그동안에 있었던 곡절 많은 사연을 시간상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에 와서 현대건설과 농지권리증에 대한 법정소송을 하려고하니 그동안의 소송등으로 인해 자금은 바닥났고, 더욱이 현대건설 같은 대기업에 맞서 소송을 해봤자,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우리”라며 “지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산간척지 내 일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둘러싸고 현대건설과 소송을 벌이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승소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듯
반면, 현대건설측의 주장은 서해안영농법인측과는 다르다. 2003년 당시 분양을 담당했던 현대건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 인터뷰에서 “나 역시 전 전 대표를 몇 번 만나서 잘 알고 있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해농어민들에게 발급한 농지권리증을 매수해 권리를 주장하는 서해안영농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3년경에 전 전 대표가 피해농어민들을 상대로 농지권리증을 매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전 전 대표에게 실제로 그러냐고 묻기도 했고, 절대로 사면 안 된다고까지 당부했는데, 이 당시 전 전 대표는 그런 일 없다고 했음에도 400장의 농지권리증을 사들였다”고 반박했다. 또, 현대건설 관계자는 “D합명회사의 경우엔 2000년경 일반분양할 당시에 분양을 받은 농민들이 만든 조합”이라며 “아시다시피 매매계약에 따라 잔금을 치른 시점인 2004년경에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하지만, 피해농어민 이외의 법인에게 농지권리증을 양도·양수할 수 없도록 한 근거를 제시해 줄 것과 D합명회사와 체결한 매매계약서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대건설은 “몇 년이 지난 지금 수천세대에 대한 분양(매매)계약서를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기억해 내기란 한계가 있다”며 회피했다.이에 대해 전 전 대표는 “현재 다방면으로 이에 대한 탄원을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법률 자문도 구해 놨다”고 말했다. 그는 “안된다면 다른 법인이나 우리와 같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자들과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며 현대건설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따라서, 현대건설 서산간척지 내 60만평 소유권을 둘러싼 진실은 법정에서나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