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에 ‘봉급쟁이’는 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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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에 ‘봉급쟁이’는 설이 무섭다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2.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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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 0%대·상여금 마이너스 성장
세금부담 증가·경기침체 더해져 명절 소비심리 싸늘
[매일일보 김창성 기자] 제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정 모(39) 씨는 얇아진 지갑 탓에 다가오는 설이 그리 달갑지가 않다. 정 씨의 회사와 계약한 모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의 회사도 휘청여 연말 보너스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설 상여금은 엄두도 못 낼 처지기 때문.
매년 들어오는 돈은 줄고 나갈 돈은 늘면서 정 씨와 같은 봉급쟁이들의 고충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5만800원으로 전년 294만8552원보다 2248원(0.08%)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2011년 4분기(-2.4%)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수가 매달 40∼50만명씩 늘어나는데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다.
 
기업의 평균 상여금도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역주행하며 직장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경제인총연합(경총)은 최근 전국 28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 연휴와 상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설 연휴는 4.8일, 설 평균 상여금은 117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는 전년 4.1일보다 0.7일 늘었지만, 상여금은 5만3000원이 줄었다.
 
경총이 매년 이 같은 조사를 벌인 결과 설 연휴는 2011년 5일, 2012년 3.9일, 2013년에는 3.5일, 지난해 4.1일, 올해 4.8일로 소폭의 변동을 보였지만, 상여금은 △2011년 142만원 △2012년 131만원 △2013년 121만원 △2014년 123만2000원 △올해 117만원으로 매년 하락세(평균 –2.7%)를 보였다.
 
기업들은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연봉제 실시(41.7%)’, ‘지급규정 없음(31.7%)’, ‘지급여력 부족(21.7%)’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중 ‘지급여력 부족’으로 응답한 기업 중 중소기업은 22.9%, 대기업도 16.7%로 나타나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경기침체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 대비 설 체감 경기를 묻는 설문에도 ‘악화됐다’는 응답이 43.9%로 전년에 비해 다소 감소(2.7%)했으나, ‘개선됐다’는 응답(7.2%) 보다는 여전히 많았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소득 세제안 개편으로 연말정산 환급은 커녕 오히려 더 토해내야 하는 상황도 직장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지갑이 가벼워지면서 설 명절 소비심리도 싸늘해지고 있다.
 
잡코리아는 9일 전국 성인 남녀 57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설날 계획’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설날 예상 지출 경비는 평균 29만원으로 나타나 조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 2012년의 평균 46만원에 비해 16만원이나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 역시 지난달 회원 1237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 설 선물 지출 예정 금액은 지난해보다 4만원 줄어든 17만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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