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얇아진 지갑에도 렌탈 시장은 ‘불황무풍지대’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1. 오는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정모씨(33·여)는 요즘 혼수 준비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혼수용품 중에서 가장 큰 비용을 치지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의 견적을 뽑아보니 100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몇 년 후 평수를 넓혀 이사 가는 점도 고려해 렌탈로 혼수를 마련하기로 했다.#2. 지난해 12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엄모씨(31·여)는 더 이상 신생아 침대, 신생아 욕조, 유축기 등 육아용품을 사지 않고 렌트하기로 했다. 첫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결과 얼마 사용도 못하고 짐만 돼버린 육아용품들을 덜컥 산 게 후회됐기 때문이다.최근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일정기간 빌려 쓸 수 있는 렌탈서비스가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정수기, 비데뿐만 아니라 혼수용품과 육아용품, 캠핑용품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22일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조5000억원에 달하던 개인 및 가구용품 렌탈 시장은 2016년 25조9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는 5000만 인구 모두가 1인당 20만원 이상의 물건을 빌려 쓸 때 나오는 수치다.렌탈 시장을 이렇게 확장시킨 일등공신은 경기 침체라 할 수 있다. 불경기에는 초기 구입부담이 적은 렌탈 서비스가 호황을 이루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은 많아졌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렌탈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