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 세운 감사에는 특별퇴직금 보류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무원칙한 이사회 운영이 논란을 빚고 있다.자신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과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운 임원에게는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는 등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억원에 육박하는 금융권 최고의 연봉을 받았다.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9700만원의 연봉을 받아 금융권과 비금융권을 통틀어 국내 사외이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희복 사외이사와 송명섭 사이외사도 각각 8200만원, 7600만원을 받았다.이들이 받은 후원금도 적지 않았다.강희복 사외이사가 이사로 있는 시장경제연구원이 4000만원의 후원금을 받는 등 지주사를 포함한 KB 사외이사들이 선임된 후 이들과 관련된 단체가 받은 돈은 무려 1억8000만원에 달한다.지난해 ‘KB 내분 사태’로 그룹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경영 불안을 겪었지만, 자신들에 대한 활동 평가는 후했다.김중웅, 강희복, 송명섭 사외이사는 5점 만점 평가에서 자신들에게 '5점'을 줬다. 더할 나위 없이 이사회 활동을 잘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 1월 열린 이사회에서 사측이 제시한 다른 모든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유독 ‘특별퇴직금 지급’ 안건에 대해서만 보류 의견을 냈다.특별한 사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임원에게는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는데, 이번 퇴직금은 지난해 사외이사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병기 전 국민은행 감사에게 지급될 것이었다.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은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얻어 국민은행의 주 전산장비를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방안을 밀어붙였는데, 이에 반대하는 이건호 전 행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 'KB 내분 사태'가 일어났다.정 전 감사는 이 과정에서 유닉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산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내 금융당국에 보고했으며, 결국 사외이사들은 당국에서 징계를 받았다.특별퇴직금 지급 보류 결정 후 사외이사들은 “특별히 반대한다기보다 조금 더 검토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으나, 지난달과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안건은 논의되지 않아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이는 명백한 ‘이중잣대’의 적용이라는 비판이 국민은행 안팎에서 나온다.KB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최고 등급의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KB 사태가 경영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는 뜻인데, KB 사태의 다른 당사자인 정 전 감사에게는 퇴직금마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정피아로 내려온 사외이사들이 비판을 받는 것은 거수기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쁘기 때문”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이러한 비판을 이겨내고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스스로 원칙과 공정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KB 사외이사 중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조직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는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등 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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