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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일명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는 늘어나는 반면 인당 구매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3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춘제 기간(2월 18~22일) 서울 소공동 본점의 유커 비중(매출 기준)은 2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유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6만원 정도로 집계됐다.이는 지난해(65만원)보다 14%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줄어든 것이다.업계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유커의 저연령화 △명품 고객 감소 △개별 여행객 증가 △중국내 반부패 사정 분위기 등을 꼽고 있다.우선 엔화·유로화 가치 약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취급하는 해외 명품 가격의 메리트(잇점)가 다른 국가보다 줄었다.여기에 한국을 찾는 유커 연령대의 중심이 명품을 선호하는 40~50대에서 저가 제품이라도 유행을 따르는 20~30대, 이른바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세대)’로 옮겨가는 것도 요인의 하나다.실제로 지난달 KDB대우증권이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예약 사이트 씨트립(Ctrip·携程)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바링허우 세대가 방한 중국 여행객 가운데 60%나 차지했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애비뉴엘(명품관)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작년보다 명품매장을 찾는 중국 고객 수가 10~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이처럼 명품에 대한 중국인 수요는 주춤한 반면, 중저가 국산 화장품·패션 브랜드는 유커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산(구매 건수·은련카드 기준) 브랜드도 중저가 화장품·패션의류 등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패션잡화 브랜드 ‘MCM’(2012~2013년 1위)은 2위로 밀려났다.더구나 중국인들이 점차 해외여행에 익숙해지면서 단체 여행이 아닌 개별 여행 형태로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도 백화점 업계로서는 달갑지 않다.무리지어 관광하지 않는 젊은 유커들은 그만큼 백화점보다는 홍대·가로수길(신사동) 등을 직접 찾아 물건을 구입하고 맛집을 체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여기에 중국 시진핑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 고위·부유층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업계는 이러한 추세에 대비해 ‘부자’ 중국 관광객을 잡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롯데백화점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중국 4대 은행(중국·공상·건설·농업)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풍부한 할인·사은 혜택을 앞세워 이들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종합금융서비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또 4월부터 5월 노동절 연휴까지 약 50일동안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사 씨트립(ctrip) 여행객들에게 사은행사 등을 알리는 장문메시지(LMS)도 보낼 예정이다.노동절 기간 랴오닝(遼寧)성 TV 여행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롯데백화점 본점을 집중 소개하고, 중국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쇼핑 체험 행사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의 객단가 감소분을 만회하려면 중국 현지 은행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국인 고객들의 방문을 독려하고, 다양하고 지속적인 현지 홍보를 통해 한국을 지속적으로 오가면서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