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유 수익원 사라져 수익성 악화 우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가 외환송금을 포함해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업무 상당 부분을 비은행권에 개방하는 등 외환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하면서 은행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외화 송금·수취 업무를 하는 ‘외환송금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외환송금업’ 면허를 취득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관련 영업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당 안이 도입될 경우 그간 외환 업무를 시행할 수 없던 증권·보험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까지도 앞으로는 외환업무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이에 그간 외환업무를 독점해온 은행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외환송금은 은행의 고유 업무로, 지난해 12월에만 국내 은행들은 이를 통해 1조770만3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지난해 6월이후 12월말까지 누적 순익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외환은행이나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의 특수 은행들의 수익이다.그러나 만일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은행을 이용해 해외에 외화를 송금할 경우 거래은행과 환거래은행, 글로벌 송금업체 등에 금융 소비자들이 그간 내 오던 수수료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규제완화인 셈이다.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다 외환업무에서 큰 수익을 내 오던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로 은행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독점적으로 수익을 내던 부문을 여타 업체들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는 앞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라고 하면서 뒤에서는 기존 은행권의 고유 수익원을 없애고 있다”며 “예대마진 감소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으로서는 외환송금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외환송금 수요자는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 등 체류 외국인 158만명(2013년 기준)과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22만명(2014년 기준) 등 180만명 이상으로, 향후 고객층 역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서비스 수수료 인하에 대한 압박도 골칫거리다. 현재 국내 영업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외화송금 서비스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수수료가 현실화 될 경우 은행도 수수료를 덩달아 떨어뜨려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일각에서는 외환업무는 국부 유출과 탈세 등을 우려해 수 많은 서류작업과 업무협조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단순 송금만 진행하던 여타 업체들과 이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도 좋지만 단순 면허 발급으로 이런 민감한 업무를 맡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그러나 이에 당국과 여타 금융권에서는 그간 독점해온 먹거리를 빼앗기게 된 은행권의 ‘기우’일 뿐, 절차가 단순해지고 핀테크 업체들의 참여로 송금 수수료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히려 소비자들의 편리성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입장이다.무엇보다 해외에선 이미 트랜스퍼와이즈·커런시페어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외환송금을 하는 서비스가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새로운 제도 도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또 정부 역시 외화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불법거래를 걸러내기 위한 감시 수위를 높이고, 외환송금업자의 송금 범위를 개인 간 소액거래로 제한하는 등의 보완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만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이에 일부 은행들은 소액 외환송금의 범위가 어느 정도로 정해질지도 모르는데다가 기본적으로 시중 은행들이 해당 제도 도입으로 당장 큰 손실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외환업무로 그간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던 은행들도 있고, 무엇보다 ‘환치기’ 우려에 정부가 기업 거래로까지 범위를 넓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질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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