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윤희은 기자] 지난해 4월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해 ‘재출발’한 LG하우시스의 첫 실적발표에 직원들이 자못 실망하고 있다. 사측이 발표한 LG하우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405억원. 이에 따라 직원들은 LG하우시스로부터 “영업이익이 낮아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이전 소속이던 LG화학 직원들이 200~300%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LG하우시스의 박탈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LG하우시스 노조 관계자는 “LG하우시스가 LG화학에서 ‘떠밀려’나갔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대놓고 푸대접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말 LG하우시스는 LG화학에서 ‘내다버린 고려장’이었을까. 그 진실을 <매일일보>이 파헤쳐봤다.
LG화학 부회장에 ‘찬밥’된 산업재분야가 LG하우시스로 분사
성과급 요구하는 노조에 “재원 없다”더니…주주배당은 실시?
노조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우선적으로 산업재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을 가져와 정보전자부문에 투자했고, 기존에 계획됐던 ‘산업재사업부문 7천억 투자 계획’도 무산시켰다. 그 뒤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2009년 4월 산업재사업부문을 LG하우시스로 분사시켰다는 것이 LG하우시스 노조의 설명이다.
당시 LG화학은 “산업재사업부문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사 이유를 제시했지만 하루아침에 별도 회사로 밀려난 LG하우시스 직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더욱이 분사 시점이 한창 건설업계의 부진과 GM사태 등으로 산업재사업부문의 몰락이 점쳐지는 시기였다는 것은 “분사가 일종의 ‘고려장’아니냐”는 일부 직원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320억 영업이익은 ‘꿈의 숫자’
LG하우시스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의 ‘고려장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영업이익이 목표액만큼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임금체불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성과급을 꼬박꼬박 챙겨 받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LG하우시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LG계열 회사는 LG하우시스를 비롯해 단 세 곳에 불과하다.
또한 LG하우시스 노조 측은 “LG하우시스에서 제시한 영업이익 목표액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하우시스가 책정한 2009년도 영업이익 목표액은 1320억원 수준으로, 이는 LG하우시스가 분사되기 이전인 2008년 12월경에 설정한 금액이다.
노조 관계자는 “LG하우시스가 산업재를 납품하는 건설과 자동차산업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무리하게 책정한 목표액”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2009년도 LG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405억원으로, 이는 2008년도보다 57%가 줄어든 액수다. 여기에 2010년 자동차산업과 건설산업은 ‘제자리’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2010년에도 1320억원이라는 영업이익 목표액은 ‘꿈의 숫자’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이렇게 무리한 목표액 설정은 아예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하우시스 측은 “2009년도에 대내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낮은 영업이익을 올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LG하우시스에 대해 사업전망이 밝다는 관측도 있어 낮은 실적의 원인을 직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직원은 뒷전, 주주가 중요
LG하우시스의 성과급 미지급이 더욱 논쟁이 되는 이유는 노조에 “성과급을 줄 재원이 없다”고 공표했던 LG하우시스가 주주배당은 실시했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는 주주들에 대해 보통주 1주당 1000원, 우선주 1주당 1050원으로 책정하여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영업이익을 통해 재원을 갖고 있었던 LG하우시스가 직원이 아닌 주주들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LG하우시스의 관계자는 “이익이 난 것은 맞기 때문에 주주를 고려해서 배당한 것”이라며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LG하우시스는 주주배당을 할 당시 영업이익을 682억으로 규정해 이에 따른 배당을 했다. 이는 LG하우시스가 직원들에게 주장하는 영업이익 405억원과 괴리가 있다.
LG하우시스 노조 측은 “주주배당을 할 때는 2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인 682억원에 근거해 배당을 실시했으면서, 직원들에게는 1분기 영업실적까지 고려해서 산출한 영업이익 405억원을 운운하며 책망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아울러 노조는 “LG계열사가 유독 주주배당에 철저하다”며 “계열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LG 구본무 회장일가에 배당금을 몰아주려는 의도가 너무도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유망한 업종에서 현재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재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도 재투자의 방법인데, 이에 대한 것은 고려하지 않고 주주들만 배려하는 것은 ‘단물 빼먹기’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